“BMW i7·벤츠 EQS 독주”… 고급 전기 세단 시장 현대차·기아, 손 놓고 있나
“한국에서 대안이 없다”… i7·EQS 양강체제 현대·기아, 중형 SUV에 집중… “기술·브랜드 한계 뚜렷” 놓치는 건 ‘이미지’와 ‘기회’ 소비자는 ‘수입차 일변도’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됐지만, 국내 완성차업계는 여전히 ‘고급 전기 세단’ 시장에선 존재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사실상 독점하는 사이, 현대차·기아는 중형 SUV 위주의 전략에 머물러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1억 원이 넘는 플래그십 전기차를 구매하려 해도 선택지가 수입 브랜드뿐인 상황이다.
■ “한국에서 대안이 없다”… i7·EQS 양강체제
업계에 따르면 BMW의 대형 전기 세단 ‘i7’은 올해 1분기 국내에서 100여 대가 팔렸다. BMW코리아는 “7시리즈 전체 판매가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상당수가 i7 등 전기 모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EQS를 중심으로 고급 전기 세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부분 변경 모델을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BMW i7과 EQS가 고급 전기 세단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에서 BMW·벤츠의 전략은 단순하다. 기존 내연기관 S·7시리즈 고객을 전기차로 옮겨오면서 ‘럭셔리 전동화’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은 선택지가 거의 없다. “국산 럭셔리 전기 세단은 어디 있느냐”는 불만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 현대·기아, 중형 SUV에 집중… “기술·브랜드 한계 뚜렷”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6, EV6·EV9 등 중형급 전기 SUV·세단 중심의 전략을 펴고 있다.
그룹 전체 전기차 판매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고급 전기 세단 라인업은 전무하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고급 전기 세단은 개발비가 막대하고, 배터리·주행감·정숙성 등에서 독일차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며 “현대·기아가 ‘실속형 전기차’ 이미지를 구축한 만큼, 프리미엄 시장 진입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현대·기아가 G90 전기차급의 모델을 내놓으려면 전용 플랫폼, 배터리 기술, 브랜드 전략이 모두 달라져야 한다”며 “단기간에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 놓치는 건 ‘이미지’와 ‘기회’
고급 전기 세단 시장은 판매량이 많진 않지만, 브랜드 위상을 결정짓는 상징적 시장이다.
BMW·벤츠가 이 시장을 선점하며 ‘전동화 기술력’을 각인시키는 반면, 현대·기아는 존재감이 약하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고급 전기 세단은 수익률이 높고, 기술 홍보 효과도 크다”며 “현대차가 이 시장을 계속 비워두면 향후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 소비자는 ‘수입차 일변도’
현재 국내에서 구매 가능한 대형 전기 세단은 BMW i7, 벤츠 EQS, 아우디 e-트론 GT, 포르쉐 타이칸 등 일부 수입 브랜드뿐이다.
현대·기아는 아직 해당 세그먼트에 진입 계획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보급 확대에는 성공했지만,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는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완성차 연구소 관계자는 “지금처럼 프리미엄 전기 세단 시장을 외면하면, 결국 기술력과 브랜드 인식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