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하이닉스, 하나마이크론 베트남 법인에 전략적 투자…삼성 대신 새 ‘후공정 동맹’ 구축

베트남법인 중심으로 실사 완료, 유증 참여 예정 이전 최대 고객사 삼성전자와 '미묘한 기류' 예상

2025-10-17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기자] 국내 대표 반도체 후공정 하우스인 하나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다. 삼성전자의 주요 협력사로 알려진 하나마이크론이 경쟁사 SK하이닉스와 손잡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투자 대상이 하나마이크론 본사가 아닌 베트남 법인(하나마이크론VINA)으로 한정된 점은, 삼성전자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후공정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SK하이닉스의 신중한 계산이 깔린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이번 협력으로 하나마이크론은 D램·낸드뿐 아니라 HBM(고대역폭메모리) 후공정까지 SK하이닉스와의 협업 범위를 넓히며, 국내 패키징 테스트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반도체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하나마이크론은 최근 SK하이닉스 측의 투자 관련 협의 및 투자실사 과정을 완료하고, SK하이닉스의 지분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단, 하나마이크론 및 하나머티리얼 등 하나마이크론 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는 하나마이크론 본사에 대한 지분투자 방식이 아닌 하나마이크론의 100% 종속회사인 베트남법인(하나마이크론VINA)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방식이 유력한 걸로 알려졌다.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반도체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SK하이닉스 측에서 베트남 법인에 대한 투자 실사 과정을 진행했고, 하나마이크론VINA에 대한 지분 투자가 집행될 것"이라며 "하나마이크론 자체가 아니라 베트남법인에 투자 유치를 한정한 것은 기존 하나마이크론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후공정 관련 안정적인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 후공정 부문 패키징, 테스트, 외주임가공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하나마이크론은 전통적으로 삼성향 매출 비중이 높았다. 삼성전자의 D램, 낸드 등을 받아와 패키징, 테스트해 최종 납품하는 구조인데, 매출비가 높을 시기에는 총 매출의 약 80% 가량이 삼성향에서 발생했다. 

다만, 지난 2023년부터 SK하이닉스향 물량이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베트남을 중심으로 매출비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약 6대 4 비율로 SK하이닉스의 비중이 큰 걸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기준 약 1조2500억원의 매출 중 7000억원 이상이 SK하이닉스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삼성전자향 매출 비중은 2022년 약 73%를 고점으로 2023년 3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SK하이닉스의 입김이 커지는 모양새다.

베트남법인(하나마이크론VINA)의 약진이 눈에 띈다. 하나마이크론은 고객사의 후공정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약 2500억원을 투자해 베트남 현지에 D램, 낸드 후공정 대형 설비를 구축했다. 6만6000m² 규모다. 해당 법인은 하나마이크론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베트남 박장성에 소재한 하나마이크론VINA는 2023년 9월 2공장을 준공한 후 현재 3공장 증설을 통해 캐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 반기 말 기준 자산총액 7570억원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 사업장으로 발전했다. 반기 말 305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은 옥의 티다. 

하나마이크론VINA이 사실상 SK하이닉스 D램, 낸드플래시를 비롯 HBM(고대역폭메모리) 후공정 패키징, 테스트를 수행하는 병참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인데,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캐파가 꽉 찬 후공정 물량을 하나마이크론VINA를 통해 분산시키고, 하나마이크론은 안정적으로 D램, 낸드 물량을 받아올 수 있는 젖줄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2021년 양사는 D램 및 낸드 반도체 후공정 완제품, 패키징·테스트·모듈 등의 턴키 제품 생산 공급 계약을 정식으로 체결한 이래 후공정 부문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분 투자는 협력을 넘어 D램, 낸드의 전략적 파트너로 지위를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들이 HBM를 중심으로 투자를 집중하는 터라 D램이나 낸드에 대한 증설 캐파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이 때문에 후공정 물량에 대한 외주화 경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램 싸이클이 다시 업힐을 타면서 주요 고객사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하나마이크론이 호기를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업계 분석에 따르면 하나마이크론의 최대 고객사로 등극한 SK하이닉스의 경우 청주 M15X 사이트를 중심으로 내년 3분기까지 진행되는 45K(4만5000장) 수준의 phase3 증설과 2027년 3분기까지 진행되는 phase4(45K) 역시 HBM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후공정 물량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주 관련 확실한 우군을 만들지 않으면 최종 출하에 지장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전 최대 고객사였던 삼성전자를 자극할 수 있다는 리스크는 잔존한다. HBM 패권을 두고 경쟁의 날을 세우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은 D램, 낸드 부문에서도 경쟁의 피치를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제한된 수준의 지분투자'이지만, 하나마이크론을 후공정 기지로 옭아매는 그림이 삼성으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는 이야기다.

패키징 노하우에 대한 정보유출 가능성도 리스크다. 삼성의 경우 협력사의 파이프라인 다변화가 자사의 전략과 합치되지 않는 경우 물량을 대폭 줄이거나 거래를 끊는 방식으로 '길들이기'를 시도한다. 

지분 투자와 관련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이 없는데 왜 소문이 도는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하나마이크론 측은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