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인이 사랑하는 김치, 세계에서 ‘국적 잃다’
'일본 김치' 표기 논란… 김치, 또다시 정체성 시험대 문화 자산 아닌 '상품'으로만 보는 시선이 문제 초래 김치, 이제는 전략적 '문화 외교'의 대상으로 다뤄야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최근 독일의 대형 유통사 알디(ALDI)가 자사 홈페이지에 김치 레시피를 소개하며 ‘Japanisches Kimchi’(일본 김치)라는 표기를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2년 전 같은 회사가 ‘중국 오리지널 김치(Original aus China)’라는 문구를 제품에 넣었다가 지적받은 전례까지 재조명 됐다.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식문화 유산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고, 국제식품규격(Codex)에서도 ‘한국식 김치’가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도 왜 김치는 여전히 해외에서 ‘중국 김치’가 되기도 하고, ‘일본 김치’로 둔갑될까?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는 김치를 단순한 음식이 아닌 문화 자산으로 인식하지만, 많은 해외 소비자들과 유통업체에게는 ‘문화적 맥락’보다는 상품 정보가 우선이다.
독일의 사워크라우트가 때로 우리에겐 단지 양배추 피클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김치도 그들에겐 그저 ‘발효 채소 반찬’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레시피가 조금이라도 일본식으로 개량되거나, 제조·유통사가 일본 기업이라면 ‘일본 김치’라는 명칭이 붙는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이건 우리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단지 분노하고 항의하는 것만으로는, 표기 하나 바꾸는 일도 쉽지 않다.
김치를 둘러싼 이런 논란은 단순한 ‘이름 붙이기’ 문제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국가 브랜딩’과 ‘문화 외교’라는 큰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김치를 알리기 위해 얼마나 전략적으로 접근해왔을까?
해외 셰프를 교육하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인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 우리는 충분히 투자했는가?
아직도 한식 세계화엔 갈 길이 남았다는 것을 방증하는게 아닐까?
‘김치의 원조는 한국’이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선, 해외 소비자와 유통사들이 김치의 역사와 제조법, 문화적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자료와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먼저 필요해 보인다.
특히 한국의 ‘김치’가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국적을 찾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나서야 한다. 김치를 단순한 수출 식품이 아닌 문화 상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절실하다.
이 문제는 우리의 문화 정체성을 지키고, 글로벌 식탁 위에서 한국의 자리를 되찾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