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독주체제’ 균열 조짐?…글로벌 자본 유입에 판도 흔들릴까
국내 시장 점유율 80% 압도적 1위, 그러나 경쟁자들의 ‘2차 공세’ 본격화 바이낸스·빗썸·코인원 등 유동성·상품 다각화로 반격 나서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업비트가 장악해온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80%에 육박하는 압도적 점유율로 ‘절대 강자’ 지위를 유지해온 업비트 체제에 바이낸스의 한국 진출이 공식화되면서 경쟁 구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기존 2~4위권 거래소들도 공격적인 마케팅과 서비스 고도화 전략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어, 수년간 이어진 업비트 독주 구도에 실질적인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업비트의 독점적 구조로 대표된다. 2024년 기준 거래액 점유율은 78~82% 수준으로 추정되며, 나머지 빗썸, 코인원, 고팍스 등 주요 거래소가 20% 안팎을 나눠 갖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보기 드문 집중 구조로, 한 플랫폼이 사실상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유동성 허브’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25년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를 통해 한국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시장 구도에 첫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글로벌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막대한 유동성과 파생상품 인프라를 기반으로 빠른 점유율 확장을 노리고 있으며, 기존 거래소들 역시 이 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빗썸은 최근 기관투자자 대상 서비스 확대, 파생상품 라인업 강화, API 거래 환경 고도화를 통해 거래 활성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코인원 역시 실시간 거래 시스템을 개선하고 상장 심사 투명성을 강조하는 등 차별화 전략으로 업비트와의 격차를 줄이려 하고 있다. 고팍스는 바이낸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등에 업고 유동성 경쟁에 뛰어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업비트의 거래량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다른 거래소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글로벌 자본이 본격 유입되고 거래소들이 상품·서비스 다양화에 나서면서 균형 구도가 서서히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낸스의 영향력은 단순한 ‘경쟁자 1곳’의 등장을 넘어 시장 구조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평가된다. 글로벌 거래소로서의 유동성, 다양한 코인 상장, 파생상품 거래 경험 등이 국내 시장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가 규제 환경에 맞춰 보수적인 운영 전략을 취해온 반면, 바이낸스는 해외에서 쌓은 공격적 거래 경험과 상품력을 무기로 삼을 전망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투자자들의 플랫폼 이동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업비트는 사실상 ‘단일 메이저 거래소’라는 지위 덕분에 투자자들이 다른 거래소로 이동할 유인을 많이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바이낸스가 고팍스 브랜드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파생상품, 유동성, 거래 지원 기능을 제공할 경우 투자자 분산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업비트의 방어력도 만만치 않다. 업비트는 강력한 거래 인프라와 자체적인 상장 심사 기준, 탄탄한 보안 시스템, 국내 원화 결제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내 이용자 충성도가 매우 높은 플랫폼이다. 또한 최근에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장하며 유동성 네트워크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변수는 규제 환경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특금법에 따라 엄격한 AML(자금세탁방지) 규제를 받고 있으며, 향후 제정될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상장·공시·투자자 보호 의무를 강화할 예정이다. 글로벌 사업자인 바이낸스가 이러한 규제 환경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가 시장 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정책 전문가는 “규제 순응도에서 업비트는 국내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는 반면, 바이낸스는 글로벌 확장 전략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국내 규제 당국이 어떤 방향으로 감독을 강화하느냐에 따라 최종 승자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은 ‘독점에서 경쟁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중대한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다. 업비트가 굳건히 1위 자리를 지킬지, 글로벌 자본과 다변화 전략으로 무장한 후발주자들이 균열을 만들어낼지가 2025년 국내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