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울 전역 토허제 지정…서울시 "사유재산권 침해"
- 서울 25개 구·경기 12곳, 16일부터 삼중 규제 동시 적용 - 주택 가격별 대출한도 차등화…고가주택 6억→2억 축소 - 서울시 "사유재산권 침해" 반발…국토부 "사전 협의 완료"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정부가 서울 25개 구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 등 수도권 27곳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 지정했다. 16일부터 주택 가격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기존 6억원에서 최대 2억원까지 축소되며,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에서 40%로 강화된다. 서울 전역이 삼중 규제로 묶인 것은 2023년 1월 규제 해제 이후 2년9개월 만이며, 서울시는 이번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출범 4개월 만에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기존 규제지역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유지하면서 서울 나머지 21개 구와 경기도 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시 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서울과 수도권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동시 지정된 적은 있지만, 구 단위가 아닌 시 전체가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광범위하게 묶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내놓은 배경은 6·27 대출규제와 9·7 공급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강벨트 및 분당·과천 등 일부 수도권 지역의 집값 과열 양상이 외곽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인근 지역으로 가격 상승세가 번지는 풍선효과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현재 주택시장 상황이 수급 불균형 우려에다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더해져 적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시장을 전면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를 "암수술"에 비유하며 병변의 주변까지 확실히 도려내 전이를 막겠다는 뜻을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16일부터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주택 가격에 따라 주담대 한도를 차등 적용한다.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기존 6억원 한도가 유지되지만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줄어든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과열 신호가 점점 커지고 있어 대출을 활용한 고가주택 구입 수요 및 상급지 갈아타기를 억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세대출을 보유한 차주는 규제지역 내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새로 살 수 없고, 오는 29일부터는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그 이자 상환액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포함하게 된다. 대출 한도 축소 효과를 내는 스트레스 금리의 하한은 현재 1.5%에서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에는 3%로 상향 조정되며,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 상향 시기도 내년 4월에서 내년 1월로 앞당겨졌다.
이처럼 강력한 규제가 현실화되자 서울시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지난 월요일 정부로부터 관련 공문을 받은 뒤 실수요자 주택 구입 기회 축소와 무주택 서민층 불안심리 증가 등을 우려하며 신중한 결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한 번 지정되면 해제가 어렵고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으며, 토허제가 사유재산권 행사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반시장적 규제라며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 및 경기도와 사전 협의를 거쳤으며 시장 상황 우려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선 대출이 종전 6·27대책 때보다 대폭 강화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무주택자가 종전 70%에서 40%로 강화되고 유주택자는 아예 대출이 금지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주택 매수를 위해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돼 전세를 낀 매수가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금액별 대출 차등화로 고가주택 구입 수요와 상급지 갈아타기가 억제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아파트 갭투자가 원천 차단될 전망이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역은 관보에 고시되는 16일자로 발효되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기한은 지정공고한 날로부터 5일 후인 이달 20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다. 국토부는 조정·투과지역은 6개월마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고, 토허구역은 지정기한 종료 후 재심의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시장 불안이 이어질 시 주담대 위험가중치의 하한을 25%까지 높이는 방안,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되는 고위험 주담대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 등 추가 규제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