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해외는] 유럽 최초 상업용 핵융합 에너지 발전소 건설된다
- 탈원전 고집하던 독일, 원전 기술 주도국으로 유턴 - '스텔러레이터' 원자로 기술 부문 전문가들 참여한 국제 협업 연구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10월 9일(목요일=독일 프랑크푸르트 시간), 독일 뮌헨 근교의 가르힝(Garching)이라는 도시에 유럽 최초의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 건설 설계도 초안이 발표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독일 정부가 초기 예산금 20억 유로(우리 돈 약 3조 3,250억 원)을 핵 발전 설비에 투입한다는 내용의 ‚핵융합 사업 계획(Fusion Aktionsplan)을 발의하고 오는 2029년 가동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한지 불과 일주일만에 나온 발표여서 독일을 포함한 유럽 경제권의 친핵(親核) 정책으로의 우회 행보를 공식화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핵 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적 거부감이 큰 데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정책 가속화를 추진한 끝에 지난 2023년 4월부로 독일 내 모든 원자력 발전소 전면 폐쇄를 완결한 반핵주의 성향의 국가다.
독일은 그동안 친핵성향의 이웃 유럽국들(대표적으로 프랑스, 핀란드, 체코 등) 과의 정책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탈원전 정책을 고집해 왔으나, 결국 이번 독일 정부의 핵발전 예산 출자 결정과 행융합 발전소 건설 계획 발표를 통해 독일의 원전 정책의 대대적 수정을 시인한 셈이라는 평가다.
한편, 뮌헨 시에서 북쪽으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가르힝 시는 유수의 여러 과학기술 연구소와 대학들이 자리해있는 조용하지만 강한 유럽 핵융합 연구의 중심지다.
이 도시에서는 ‚ASDEX 업그레이드(ADEX Upgrade)‘로 불리는 실험용 핵융합로 시설이 자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가(GIGA)’로 이름 된 이번 새 첨단 핵융합 발전소는 여러 유럽 국가들이 공동 참여해 개발되는 범유럽적 에너지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현 독일의 보수주의 정부의 친원전 에너지 정책에 따라 가우스 퓨전은 기가 원자력 발전소를 ‚핵융합 분야의 유로파이터(Eurofighter Typhoon) 다국적 컨소시엄으로 합작 설계・제작된 초음파 전투기)’로 만들겠다는 기치하에 단순히 산업용 전력 발전과 공급 역할을 넘어서 핵융합 에너지 기술 부문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발전소 건물 설계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민간 산업 기업들이 모여 2022년 설립된 '가우스 퓨전(Gauss Fusion)’이라는 신생 독일 에너지 스타트업이 담당한다.
기가 행융합 발전소 완공 후 유럽 최초의 핵융합 발전소로 가동해 유럽 내 프로젝트 참여국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가우스와 참여 파트너 국가들이 공동 작성한 무려 1,000쪽이 넘는 분량의 발전소 건설 계획서에는 건축 구조, 열 배출, 초전도 자석 냉각 시스템, 전력망 공급, 안전 조치, 운영 절차, 방성 폐기물 처리 방법 등 핵발전소 가동에 관여되는 광범위한 고려 사항들이 포함돼있다.
원전에 대한 독일의 전격적인 정책 방향 전환은 사업 주도권 유지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에너지 기술 선점 경쟁을 둔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독일은 유럽・미국・중국과의 경쟁, 국영 기업 대 민간 기업 간 각축, 그리고 플라스마 봉입(plasma confinement)과 레이저 사용 공법 등 다양한 핵 발전 기술적 접근 방식 간 우위 경쟁 등 여러 전선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프랑스 남부에서 건설 중에 있는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가 가장 유명한 핵융합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ITER가 토카막(Tokamak) 원자로 장치를 채택한 것과 달리 기가는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섭씨 1억도 이상의 고온 플라즈마를 자석으로 부양시켜 유지하는 공법을 사용하나, ITER는 거대 연구용 원자로에 불과한 반면 기가는 완전 가동이 가능한 상업용 발전소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기가 핵융합 발전소는 2040년 중반에 완공될 예정이며 완전 가동에 들어가면 1기가와트 전기 출력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건설 비용은 150~180억 유로(약 25~30조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