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EU 수입쿼터 47% 축소에 비상…통상 리스크 확산 우려
정부, FTA 체결국 차별화 강조하며 EU와 물밑 협상 자동차·열연강판 등 주력 품목 쿼터 유지 총력 미국 이어 유럽도 50% 관세 예고로 부담 가중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유럽연합(EU)이 미국에 이어 철강 수입쿼터(TRQ)를 대폭 줄이고 관세를 인상하는 ‘세이프가드 2.0’ 조치를 예고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지난해 대비 47% 가량 줄어드는 국가별 쿼터는 한국 철강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전망이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그케베르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무역투자장관회의 및 철강 공급과잉에 관한 글로벌 포럼(GFSEC)에서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회담을 갖고 “한국은 14년차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로서 비FTA 국가와는 차별화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는 지난 7일 발표한 초안에서 연간 철강 수입 쿼터를 기존 3053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축소하고,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상향하는 방안을 담았다. 사실상 철강 수입장벽 강화 조치로, EU는 국가별 협상을 거쳐 이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한국은 지난해 EU에 약 380만톤의 철강을 수출했으며, 이 중 약 263만톤이 개별 쿼터를 통해 무관세로 수출됐다.
산업부는 이번 조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EU와의 공식·비공식 협의 채널을 모두 가동하고 있다. 여 본부장은 “이번 조치가 한·EU 간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우호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철강업계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수출쿼터 확대 협상과 함께 업계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특히 자동차용 강판, 열연·냉연강판 등 주력 수출 품목의 쿼터 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 이후 일부 물량이 유럽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어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며 “EU 시장에서는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출 전략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과잉생산이 근본 원인인데, 내수 둔화로 인해 값싼 철강이 해외로 풀리고 있다”며 “이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각국의 보호무역 강화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난해 튀르키예에 이어 EU로 두 번째로 많은 철강을 수출한 국가로, 협상 결과에 따라 수출 물량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역시 지난 6월부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의 부담이 급증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두 회사의 올해 대미 관세 부담액은 약 4000억원 규모로, 2분기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미국·EU 동시 규제는 구조적 리스크로 고착될 가능성이 있다”며 “품목·시장 다변화와 고부가·저탄소 전환이 필수적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