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공해차 목표 과도... 車부품업계 "적응 기한 달라"

정부 목표대로면 2034년부터 내연기관차 못팔아 부품기업 45.2% 내연기관 부품 생산 국내 기업 준비 안됐는데... 중국에 산업 내줄 수도

2025-10-13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따라 2035년까지 무공해차 보급을 840만대에서 최대 980만대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난색을 표했다.

급진적인 친환경차 전환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흔들리고, 중국 기업의 산업 침투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하 조합)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자동차산업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목표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며 목표치 하향을 요구했다.

이택성 조합 이사장은 "자동차 부품업계도 친환경 전환이라는 범인류적 과제와는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방법과 속도가 국내 산업을 헤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정돼야 한다"며 "기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새로운 산업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현재 정부의 목표치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 조합의 두 가지 요구, 목표치 하향과 HEV 등 대안 활용

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실적인 목표치 설정 △하이브리드·EREV 등 보조 수단 병행을 통한 완만한 연착륙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조합은 정부가 설정한 친환경차 목표 보급대수를 840만~980만대(비중 30~35%)에서 550~650만대(비중 20% 내외) 수준으로 감축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4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이 전면 중단돼야 하는데, 내연기관 부품업체들은 사실상 고사 위기에 내몰린 형국이다.

현재 1만여 개에 달하는 국내 부품기업 중 45.2%(4,615개사)가 내연기관 관련 부품(엔진·변속기·연료·배기계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해당 기업 종사자는 전체 고용의 47.2%(약 11만 5000명)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조합은 전기차·수소차 중심의 획일적 전환을 지양하고, HEV•PHEV•EREV•탄소중립연료(e-fuel) 등 다양한 기술대안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내연기관이 사용되는 하이브리드차와 e-fuel을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를 감축 수단에 포함함으로써 국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내연기관 부품기업에 전환 대응 기회를 제공하고, 친환경차 부품기업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중국의 산업 침투 위협... 독일도 한 발 물러섰다

급진적인 무공해차 전환을 강행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는 한편, 중국 기업들이 국내 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장악해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독일, 영국, 미국 등 주요국이 과도한 100% 전동화 목표를 미루거나 다양한 대체 기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가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며 자국 회사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전기차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는데, 중국산의 판매량이 심상치 않다. 올해 1~8월 판매된 수입 전기차 중 중국산의 비중은 65.4%에 이른다.

상하이에서 생산하는 테슬라 모델Y와 모델3의 판매량이 압도적이지만, BYD, 폴스타, 볼보 등 기타 중국 생산 브랜드들도 조금씩 점유율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아우디, BMW, 포르쉐 등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자사 전기차에 국내 배터리 3사 제품 대신 가격 중국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돌아갈 수혜가 점점 적어지고 있다. 

▲ 정부, 업계와 상의 안했다... "목표치 설정 기준 의문"

이날 회견이 끝난 이후 이어진 질의에서 조합 관계자는 "사실 정부가 어떤 기준으로 이런 목표치를 설정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자동차 업계와 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일인 만큼 현장 상황을 정확히 진단해 현실적인 안을 내놓는 것이 중요한데 사실 정부의 이번 목표 설정은 일방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추후 정부와의 공식적인 대담 계획도 아직 잡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탄소배출을 위해 이런 목표를 설정했지만, 그 많은 전기차를 충전하기 위해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역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전기 생산량에서 화력발전과 가스발전이 약 59%를 차지한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났을 때 추가적인 전력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전력을 생산하게 됐을 때 발생하는 탄소량에 대한 계산이 필요하다는 것이 조합의 의견이다. 

이택성 이사장은 "전기차 전환에 이토록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을 때 실제적으로 탄소배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보다 섬세한 계산이 필요하다"며 "국내 여러 기업의 사활과 국가 경쟁력이 달린 문제인 만큼 정부가 더욱 신중한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