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신한銀 차명계좌 과세 '파기환송'…"행정소송 경로 먼저 거쳐야"
- 신한은행, 5020만원 차명계좌 - 과세 소송 대법원 파기환송 - 차명계좌 판정 기준, '단순·합의 차명거래' 구분 핵심 쟁점 - 금융기관 차명계좌 분쟁, 행정소송 경로 먼저 거쳐야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신한은행이 5020만원대 차명계좌 추가 과세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에서 1·2심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과세당국의 세금 부과가 잘못됐더라도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지 않다면 당연무효가 아니므로 민사소송으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신한은행이 국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과세 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무효에 이르는지에 관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신한은행은 2014~2017년 고객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좌를 개설하고 이자 지급 시 일반세율 14%를 적용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이후 이 계좌가 차명계좌라는 점을 들어 금융실명법에 따라 원천징수세율 90%를 적용해야 한다며 5020만원을 추가로 납부하라고 고지했다. 금융실명법 5조는 "실명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의 원천징수 세율을 90%로 한다"고 정한다.
쟁점은 해당 계좌를 "실명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으로 볼 수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징수 처분이 즉시 당연무효가 되는지 여부였다. 금융실명법은 차명계좌에 대해 징벌적 세율 90%를 부과하지만 어떤 경우를 차명계좌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 논란이 지속됐다. 실제 자금을 제공한 출연자가 명의자 이름으로 예금을 하면서 예금 반환청구권 역시 명의자에 귀속시키는 "단순 차명거래"와 출연자에게 예금 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는 "합의 차명거래"의 구분이 핵심이다.
1·2심은 신한은행 손을 들어줬다. 해당 예금은 "단순 차명거래"에 지나지 않으며 "합의 차명거래"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실명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이 아니라고 봤다.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명의자가 직접 예금 계약을 맺은 이상 단순히 돈을 다른 사람이 댔다는 이유만으로 "비실명자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2심은 과세 처분이 잘못됐으므로 신한은행이 낸 세금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징수 처분이 잘못됐다는 2심 판단은 받아들이면서도 잘못된 징수라는 이유만으로 당연무효가 돼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한다는 결론은 잘못됐다고 봤다. 대법원은 "과세 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해서는 위법 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또한 "과세 관청이 정한 세액과 관련된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해 당연무효에 이르지 않는 한 곧바로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징수 처분에 대해 전심 절차와 행정소송을 제기해 구제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금융기관이 차명계좌 관련 과세 분쟁에서 행정소송 경로를 먼저 거쳐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과세 처분의 하자가 취소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할 때는 과세당국이 이를 스스로 취소하거나 항고소송 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조세 납부가 부당이득이 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2017년 금융위 해석 이후 금융기관과 과세당국 간 차명계좌 판정 기준을 둘러싼 분쟁이 증가했는데, 이번 판결로 분쟁 해결 경로가 명확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