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동향] ‘반짝 수요’시대…유통업계, 팝업 봇물에 가려진 지속가능성 숙제
SNS 입소문 타고 뜨는 ‘반짝 브랜드’… 줄 서던 매장도 금세 한산 유통가 '팝업 매장 중심 구조'로 전환… 브랜드는 소모전 치르는 중 “지속가능한 생태계 위해"...유통사, "책임 있는 동반자 돼야”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생딸기 케이크의 ‘오픈런’ 열풍은 끝났을까.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입소문을 타며 한때 잠실 롯데몰을 뜨겁게 달궜던 디저트 가게 ‘키친205’ 앞 대기줄이 사라졌다. 개점 때마다 품절 대란을 일으키던 풍경은 점차 옅어졌고, 지금은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다. 반면 그 옆에 자리한 부각(전통 스낵)류 팝업 매장에는 다시 긴 줄이 형성되고 있다.
하나의 브랜드가 순식간에 주목받고, 이내 관심에서 멀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전제로 한 팝업 매장 중심의 유통 구조가 업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브랜드는 살아남고 있는가?”
팝업 매장...기회인가 VS 소모전인가?
최근 유통업계에서 팝업 매장은 단순한 ‘보조 채널’을 넘어섰다. 실제로 백화점과 쇼핑몰 곳곳에서는 팝업 공간이 활기를 띄며, 소비자의 발길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디저트, F&B(식음료), 패션 등의 카테고리에서는 SNS 입소문을 통한 빠른 유입과 회전율을 앞세운 팝업 전략이 사실상 주류 모델로 정착하는 분위기다.
‘키친205’와 같은 브랜드도 이러한 트렌드의 상징이었다. SNS 피드에 게시되는 고급 케이크 이미지로, ‘디저트 오픈런’이라는 신드롬을 만들었다. 단숨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이어 백화점과 쇼핑몰 등 대형 유통사의 입점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다. 팝업 매장들의 줄은 금새 사라지며, 매출은 곧 평준화된다. 소비자들은 다음 트렌드로 발길을 옮기고, 또 다른 브랜드 매장 앞에 줄을 선다. 반짝 수요와 빠른 교체, 유통업계는 지금 그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새로운 유통 구조...브랜드 수명엔 ‘무관심’
팝업 매장은 브랜드에게 기회이자 동시에 ‘소모전’의 무대다. 단기간에 입소문을 탈 수 있지만, 동시에 단기간에 수요가 식어버릴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짧은 기간 안에 인테리어, 인건비, 물류, 홍보 등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일정 수준의 매출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제 막 시작한 신진 브랜드에게는 첫 팝업 실패가 사업 존폐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편 브랜드의 수명이 다한다고 해도 유통사는 비교적 리스크가 적다. 팝업 매장은 정규 입점 대비 고정비가 낮고, 매출이 저조하면 다른 브랜드로 빠르게 교체할 수 있다. 고객 유입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누구를 입점시키느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ESG경영 시대에 맞는 유통 전략..."함께 도모해야"
브랜드를 빠르게 들이고 빼는 방식은 유통사 입장에서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이지만, 지속가능한 유통 생태계라는 관점에서는 한계를 드러낸다. 반짝 인기에 기대어 매장을 채우는 현재 구조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 육성’이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일부 백화점에서는 팝업 성과에 따라 정규 입점 기회를 주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브랜드에는 추가 프로모션 및 공간 지원을 제공하는 등 장기적 관점의 전략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팝업 운영은 ‘단기 실적’ 위주로 평가되고 있으며, 브랜드와의 동반성장보다는 회전율과 유입 효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유통사와 브랜드가 함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브랜드에게는 고객과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CRM(고객관리) 시스템과 정규 제품으로의 전환 전략, 효율적인 팝업 운영 모델이 필요하고, 유통사에는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선별 기준과 육성 프로그램 도입이 요구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팝업 매장을 단순히 ‘임시 매장’으로만 본다면 브랜드는 결국 소모될 수밖에 없다”며 “상생을 위한 파트너라는 인식 아래 정규 입점 전환 및 중장기 성장 지원 장치를 고민하는데 더욱 힘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유통 구조 또한 유연해야 한다. 다만 변화의 중심에는 ‘브랜드의 존속 가능성’이라는 기준 역시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브랜드가 살아남아야 유통 구조도 건강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은 ESG경영 시대에 더욱 강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