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란봉투법, 약자 위한 제도 맞나

2025-10-02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노동포럼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현대제철, 기아, 한화오션의 비정규직노조와 전국택배노조 등 수많은 노동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노동계는 이날 토론회에서 언론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언론이 노란봉투법을 악법으로 몰아간다는 이야기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친자본적' 언론이 노동계의 목소리를 엄살로 치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심정을 모르지 않는다. 2년짜리 계약이 끝날 때 마다 다시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는 기술자들, 현장에서 영구적인 장애를 입고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 같은 인간으로서 이들의 사연을 들으면 누구라도 감정이 요동친다. 애초에 노란봉투법이 생겨난 취지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이들의 염원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모든 법안이 취지대로만 안착된다면 더할나위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노란봉투법이 발효되기도 전 이미 권리가 보장된 대기업의 정규직들이 금전적 보상과 복지 향상을 요구하며 쟁의행위에 나섰다. 

산업계와 언론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부분은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이들의 요구가 거세지며 기업의 인건비 구조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국내 산업 공동화 현상, 제조업 경쟁력 약화 등 노봉법 통과에 따른 문제점은 이미 수도 없이 거론됐다. 이에 더해 한국 사회 고질병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근로조건 격차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부분도 정부는 고려해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작년 영업이익의 30%에 해당하는 성과급, 정년연장, 근무일수 단축 등을 요구하며 7년 만에 파업했고, 금융권도 지난 9월 임금인상과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모두 평균 연봉 1억원 이상의 대기업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노란봉투법에 대한 인식이 악화된 것은 필연적이다. 

최근 현대모비스 자회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가 파업을 하며 모회사 수준의 급여 체계와 복지 시스템을 요구한 것 또한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켰다. 모트라스•유니투스는 현대모비스가 하청 형태로 고용하던 인원을 정규직으로 흡수해 만든 회사다.

관계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모트라스•유니투스 내에서는 현대모비스에 흡수되기 이전에 입사한 세대를 '황금세대'라 칭하고 있다. 중소기업 비정규직에서 갑자기 대기업 정규직으로 신분이 승격되며 연봉, 복지 모든 면에서 상황이 나아졌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평균연봉은 7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입사 경쟁률도 대기업 수준으로 치열하다. 

하지만 이들이 파업을 하는 동안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것은 그 밑단에 있는 소규모 납품업체들이다. 주요 부품회사의 파업으로 완성차 생산이 지연되면서 부품업체들의 납품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파업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출입기자로서 금융권 파업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간 만났던 수많은 자동차 정비업체 관계자들이 떠올랐다. 보험회사는 자동차 보험 수익률을 위해 자동차 정비업체의 수가를 조이고 또 조인다. 10년차 정비공의 연봉이 4000만원을 못넘기는 경우가 허다하고, 차라리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낫겠다 싶어 폐업하는 정비소 대표들도 줄줄이다. 이들은 이번 파업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중소기업을 다녀본 사람은 알 것이다. 노조의 권리는 둘째치고 노조 결성조차 중소기업에겐 딴 세상 이야기다. 국내 근로자 중 중소기업 재직자는 80%이고 나머지 20%가 중견•대기업에 다닌다.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이미 평균과 큰 격차를 벌리고 있는 대기업의 임금과 복지가 과도해지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다만, 노란봉투법이 지금보다 지지를 받으려면 '약자의 권리 향상'을 지금보다 더 세심하게 타겟팅해야 한다. 이미 위태로운 한국 산업과 사회에 더 이상의 혼란과 분열은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