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KRW1’ 가동…1:1 원화 담보·실시간 검증, 결제 혁신 시험대 오른다

아발란체 기반 원화 연동 코인, PoC·파일럿 단계로 출발 소액결제·해외송금·가맹점 정산 ‘수수료·속도’ 개선 기대와 외환·규제 리스크 공존

2025-10-01     박금재 기자
[사진=우리은행]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우리은행이 국내 디지털자산 수탁사 BDACS와 함께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KRW1’을 선보였다. 네트워크는 아발란체(Avalanche)이며, 토큰 1개당 원화 1원이 우리은행 예치금으로 전액 담보되는 구조다. 현재는 개념증명(PoC)·파일럿 단계로 공개됐다. 

핵심은 준비금의 투명성이다. 발행량만큼의 원화가 우리은행 에스크로 계정에 보관되고, 은행 API를 통한 실시간(또는 상시) 잔액 확인으로 준비금 증빙을 제공한다는 게 이번 설계의 큰 특징이다.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취약지점이던 준비금 검증을 전통 금융 인프라로 메운 셈이다. 

용도는 결제·정산에 맞춰져 있다. 프로젝트 측 설명에 따르면 KRW1은 대금 지급·정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결제 토큰으로 설계됐다. 공공부문의 긴급 지원금 등 소액·대량 지급에도 적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본격 상용화는 규제 체계 확립과 파일럿 검증 성과에 달려 있다. 

국경간 소액결제·송금에서는 카드·스위프트 등 기존 회선 대비 정산 지연·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따른다. 온체인 전송과 원화 담보의 결합은 국내 가맹점 정산, 플랫폼 입점사 T+기간 단축 같은 개선 여지로도 거론된다. 다만 실제 효과는 가맹점 수수료 체계·환전 규칙·KYC(고객확인) 등 규정과 접점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좌우된다. 

가맹점 정산 측면에선, 온라인 쇼핑몰·콘텐츠 플랫폼의 대금 분배를 온체인으로 묶어 자동화·추적성을 높일 수 있다. 예치금 기반 환매(상환) 창구가 매끄럽게 작동하면, 정산일 단축과 가치 변동성 완화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평가다. 반대로 준비금 대조 실패, API 장애, 체인 혼잡 같은 운영 리스크는 곧바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 

외환·자본흐름 관리에 대한 경계는 유효하다. 한국은행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자체에는 부정적이지 않지만, 달러 스테이블코인과의 교환이 쉬워질 경우 외환시장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했다. 정책 목적상 민간 발행–은행 참여–교환 제한·감시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규제의 분기점이다. 

법·제도 환경은 단계적 정비가 진행 중이다.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거래·수탁·분리보관 등 기본 틀을 마련했고, 2025년에는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세부 규정이 추진되고 있다. 발행자 요건·준비금 운용·파산격리 등 핵심 논점이 입법안에 담기면서, 파일럿 이후 제도권 편입 경로가 가시화되는 흐름이다. 

시장 리스크도 짚을 대목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상시 리스크인 가격 이탈(디페그)은 준비금–상환(환매)–시장조성의 세 축이 어긋날 때 발생한다. KRW1 모델은 은행 예치금 1:1 담보와 실시간 준비금 검증으로 이를 줄이려 하지만, 동시 다발 상환이나 은행·API 장애 시에는 일시적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산업적 파장은 은행–블록체인 협업의 표준 후보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별개의 민간–은행 연동형 모델이 결제망 보완재로 기능하면, 국내 상거래와 플랫폼 정산에서 원화의 디지털 사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 동시에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공개 유통·대규모 상용화보다 제한적 파일럿·특정 영역부터의 도입이 유력하다. 

경쟁 구도도 열리고 있다. 여당 주도의 법안 논의와 함께 은행·테크 기업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개발 계획이 잇따르고, 상용화 시점이 2026년 전후로 거론된다. 공통 분모는 은행 참여·완전 담보·준비금 투명성이다. 환매 속도·수수료·국경간 적용성이 우위에 서는지가 시장 지형을 나눌 변수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분명하다. ▲준비금 대시보드의 공개 빈도·정합성 ▲온체인 유통량·상환 속도 ▲국경간 거래 테스트(수수료·처리시간) ▲가맹점 정산 시범사업 성과 ▲외환 규정 정합성 등이다. 파일럿의 계량 지표가 안정적으로 쌓이면, KRW1은 국내 결제·정산의 보완재에서 해외 송금·공공 지급까지 확장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요약하면, KRW1은 은행 예치금 1:1 담보와 실시간 검증을 내세운 원화 연동 토큰으로, 결제 비용과 정산 시간을 낮추겠다는 풀이를 제시했다. 다만 외환 관리·준비금 거버넌스·운영상 장애라는 삼각 리스크를 넘어야 한다. VAUPA–DABA–세부 규정이 뒷받침되고 파일럿 성과가 검증될 경우, 은행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한국형 디지털 결제 인프라의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