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트 속 이마트의 ‘현 주소’...‘브리스톨팜스’가 애매한 이유
프리미엄 이미지 내세운 ‘브리스톨팜스’, 정체성 모호하다는 지적 美 유통 시장, 가격·경험 축으로 6단계 분화…경쟁은 이미 치열 ESG·브랜드 차별화 요구 커지는 가운데, 이마트 전략 수정 필요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국내 유통 대기업 이마트가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회사 굿푸드홀딩스를 통해 프리미엄 슈퍼마켓 체인 ‘브리스톨팜스(Bristol Farms)’ 등을 운영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가격과 경험이라는 두 축으로 나뉜 미국의 복잡한 유통 지형 속에서, 브리스톨팜스의 위치는 다소 애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유통의 상징 ‘홀푸드 마켓’...아마존 인수 이후 “달라졌다”
미국 식료품 시장에서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은 오랫동안 ‘Whole Paycheck(월급을 통째로 써야 하는 곳)’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비싼 곳이었다. 그러나 아마존 인수 이후 가격 인하 프로모션과 프라임(Prime) 회원 대상 10% 할인 제도가 도입되며, 예전만큼 ‘사치품’ 이미지는 옅어졌다. 여전히 비싸긴 하지만, ‘합리적인 고급 마켓’으로 소비자 인식은 변하고 있다.
다만, 아마존의 효율화 전략 속에 품질 가치(Quality Value)가 낮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로 인해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홀푸드가 더 이상 최고가 아니라는 인식도 확산하는 중이다.
미국 식료품 시장, ‘가격’과 ‘경험’으로 6단계 계층화
미국 식료품 시장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가격과 경험’이라는 두 축을 기준으로 뚜렷하게 계층화된다. 크게는 다음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 초저가: 푸드포레스(Food 4 Less), 그로서리 아울렛(Grocery Outlet). 저가 중심 상품과 대용량·비브랜드 제품 위주. ▲ 메인스트림 슈퍼마켓: 랄프스(Ralphs). 대중적 가격과 다양한 선택지 제공, 최근에는 ESG와 매장 고급화 전략 일부 도입. ▲ 중간 가격대: 트레이더 조(Trader Joe’s), 스프라우츠(Sprouts). 합리적 가격과 높은 오가닉 비중, 매장 정돈으로 차별화. ▲ 프리미엄: 홀푸드(Whole Foods). 아마존 인수 후 가격 일부 인하, 프로모션 강화로 ‘합리적 고급’ 이미지 강화. ▲ 초프리미엄(니치): 갤슨즈(Gelson’s), 브리스톨팜스(Bristol Farms). 고급 주거지역 중심, 같은 상품도 더 비싸게 판매. ‘고급스럽게 쇼핑하고 싶은 수요’ 겨냥. ▲ 체험형 아이콘: 에러혼(Erewhon). 일반 상품 거의 없음, 매장을 체험 공간으로 구성. PB 제품도 고가 책정, 인스타그램과 MZ세대 중심 인기.
한편 브리스톨팜스는 이 중 초프리미엄(니치) 단계에 속한다. 그러나 현지 평가를 보면, 경쟁사 대비 뚜렷한 차별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스프라우츠는 더 많은 오가닉 상품과 정돈된 매장을, 갤슨즈는 희소성을 강조하며 고급 주거지역만을 겨냥한다. 트레이더조는 PB(자체브랜드) 상품들과 유니크한 브랜드 문화를 내세워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브리스톨팜스는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지만, “다른 프리미엄 슈퍼 대비 특별히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홀푸드보다 비싸지만, 에러혼만큼의 문화적 상징성은 없는 곳’으로 비칠 수 있다.
미국 내 ESG 갈망 ↑...브리스톨팜스, 전략적 선택 필요
한편 최근 미국 소비자에게는 ESG와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홀푸드는 PB 상품과 소싱에서 이를 적극 강조하며, 트레이더조스는 독창적이면서도 친환경적 포장을 통해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에러혼은 고가 포장재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포장 자체가 경험’이 되도록 나아가고 있다.
단 브리스톨팜는 이런 트렌드를 얼마나 따라잡고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뚜렷한 정체성을 지닌 경쟁사들 사이에서 다소 애매한 위치에 머무른다는 평가가 나오는 지점이다.
한 미국 소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브리스톨팜스는 프리미엄 마켓이면서도, 초프리미엄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여겨지진 않으며, 고급스럽지만, 가성비나 ESG 및 커뮤니티 기반 전략에서 특별히 앞서 있지도 않다”고 평가했다.
이에 이마트가 미국에서 장기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단순히 ‘프리미엄’이란 타이틀을 넘어, 소비자가 이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 이유를 분명히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다면, 미국 식료품 시장의 뚜렷한 계층 구조 속에서 브리스톨팜스는 계속해서 애매하다는 평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