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관리종목 해소에 83억이면 충분한데…350억 유증 강행
현재 부분자본잠식 상태...자본잠식 해소엔 최소 83억 필요 350억 유상증자 결정...잔액인수 조건에 자금 모집 차질 없어 다만 채권·재고 부담, 주주가치 희석 등 고질적 문제 여전 노을 “재무 리스크 해소 위한 유증...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할 것"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인공지능(AI) 기반 혈액 및 암 진단 전문기업 노을이 관리종목 지정 해소에 필요한 최소 자본 확충액이 약 83억원에 불과하지만, 이보다 4배 이상인 350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하자 주가가 하루 만에 15% 넘게 급락하며 3000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또한 대표주관사 한국투자증권과의 잔액인수 계약으로 자금 조달 자체는 무난할 전망이지만, 인수 수수료가 25%에 달해 단기 매물 부담과 기존 주주 지분 희석 우려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을 측은 대규모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 리스크를 해소하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본잠식률 42.55%…추가 손실 시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노을은 전일 공시를 통해 35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신주 발행은 1434만4263주로 전체 발행 주식의 38.8%에 해당하며, 오는 12월 3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노을은 혈액 및 암 진단 분야 온디바이스 AI 솔루션 'miLab™(마이랩)'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으로, 현재 말라리아 진단·말초혈액도말검사·자궁경부세포분석 등 3가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신규 솔루션 추가를 통해 적용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으나, 경기 침체와 시장 성장 둔화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재무 리스크에 직면했다.
현재 노을은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2025년 반기 기준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서 자본금이 자기자본을 상회했으며, 자본잠식률은 42.55%에 달한다.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유사한 순손실(약 96억3900만원)이 발생할 경우 자기자본은 9억7500만원으로 줄고, 자본잠식률은 94.72%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기술특례 상장사라 해도 자본잠식률 규정은 예외가 없다. 현행 규정은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100%를 초과하면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노을이 연내 유상증자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이 같은 규정 리스크가 깔려 있다.
35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직후, 금일 주가는 하루 만에 10%대의 하락세를 보였으며 장 초반에는 2800원대까지 떨어졌다.
관리종목 리스크 해소에 필요한 최소 자금은 83억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를 벗어나려면 자기자본이 최소한 자본금의 절반 이상은 확보돼야 한다. 이에 따라 노을이 관리종목 리스크 해소를 위해 필요한 금액은 약 83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번 유상증자의 예정 발행가가 2440원, 신주 발행 규모가 1434만4263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가 약 76% 하락해 579원까지 떨어지더라도 83억원 이상은 조달 가능해 관리종목 지정(자본잠식률 50% 초과) 기준은 피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유상증자는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잔액인수 조건을 걸어, 실권주가 발생하더라도 자금 모집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을은 이보다 4배 이상인 3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단순히 자본잠식 해소 시도를 넘어 성장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증자가 완료될 경우 자기자본은 263억원, 자본금은 256억원으로 늘어나 재무구조가 단기간에 개선될 전망이다. 또한 조달된 자금의 상당 부분은 운영자금(274억원)에 투입되고, 나머지는 영업양수 자금(30억), 시설자금(26억원), 채무상환(20억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다만 투자자 사이에서는 "필요한 금액 이상을 대규모로 조달하는 과정에서 결국 기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셈"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전체 발행 주식의 38.8%가 신주로 발행되는 만큼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 폭이 상당하고, 대표주관사에 지급해야 하는 25%의 실권 수수료 부담도 고스란히 주주 몫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코스닥 유상증자의 실권 인수 수수료율이 10~15% 수준임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노을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히 재무 건전성 개선 목적만이 아니라 사업 확장과 체력 확보 차원"이라며 "현재 매출이 작년 대비 크게 늘고 있고, 사업이 이제 막 성장 궤도에 진입했기 때문에 2027년 흑자 전환 목표 시점까지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한 재무 체력 확보를 고려해 공격적으로 증자 규모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노을은 올해 연간 매출 약 70억원, 영업손실 140억원을 예상하고 있으며, 흑자 전환 시점을 보수적으로 2027년으로 보고 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매출 성장과 흑자 전환을 통해 근본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라는 덧붙였다.
앞서 노을은 2022년 코스닥시장 상장을 통해 150억원을, 2023년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486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매출채권 회수·재고 부담 지속…유동성 압박 우려
다만 증자 이후에도 근본적 과제는 남는다. 노을은 최근 3년간 매출채권 회수기간이 100일을 웃돌아 업종 평균(79.69일)을 상회하고 있다. 이는 현금 유동성 확보에 제약을 주고, 고객사의 지급능력 악화 시 대손충당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고자산도 2022년 27억원에서 2025년 반기 40억원까지 늘었으며, 자산총계 대비 13.57% 수준이다. 재고자산 회전기간은 262.81일로 업종 평균(65.06일)의 4배에 이른다. 재고 부담은 단기 유동성 저하와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실제 증권신고서 상에는 "최근 3년 동안 노을은 영업 및 투자활동에서의 현금 유출을 재무활동을 통해 보전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본업에서의 현금창출력이 미흡한 상황에서 외부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경우 유동성 확보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