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 울고 웃는 EV 시장... 현대·기아 독주 끝?
전기차 파이 커졌지만 테슬라가 1/4 차지 FSD 브랜드 파워 막강, 현대차 전략 시험대 美현지 생산, 내수 약세에 쪼그라드는 국내 전기차 생산량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올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테슬라 단일 기업이 국내 전기차 산업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14만 2456대로 작년 동기대비 약 48.4%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 82만 6629대) 대비 비중으로 보면 약 17.2%다. 이는 유럽의 전기차 전환률과 비슷한 수치다.
테슬라는 이 기간동안 3만 4543대를 팔았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은 23.9%로 압도적이다. 올해 5월부터 전기차 판매량이 치솟으며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가 연속적으로 이어진 것도 모델Y 주니퍼 출시가 5월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전기차 산업이 자력으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테슬라를 통해 국내 전기차 시장 파이가 커지는 것은 반갑지만, 동시에 테슬라가 시장에서 힘을 잃으면 전기차 점유율이 휘청일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다.
▲ 테슬라 구매 이유는 FSD, 현대차 소프트웨어 역량 시험대
이는 국내에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에도 위협이 된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를 합산한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92%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고 테슬라와 같은 혁신 브랜드들의 점유율을 제때 방어하지 않으면 국내 시장에서의 권력을 잃게될 수 있다.
그렇다고 현대차그룹이 국내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전기차 전환을 마다할 수도 없다. 전기차는 생산 공정이 단순하고 오프라인 A/S 인프라를 간소화할 수 있는 만큼, 노조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를 구매했거나, 구매를 고려중인 이들이 테슬라를 선택한 주요 이유는 FSD다. 전기차 및 테슬라 온라인 동호회에서는 "FSD가 조만간 국내에도 시행될 것이란 기대에 구매를 결정했다"는 류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테슬라의 판매량을 끌어올린 모델Y 주니퍼의 경우 스탠다드 모델에 LFP 배터리를 장착하고도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전기차는 피지컬 스펙이나 A/S 인프라보다는 소프트웨어 구성이 더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도 이에 대비를 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신규 채용 글에서 올해 7200명을 채용하고 내년엔 1만명 까지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규 채용 인원의 대다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자회사들도 소프트웨어 역량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기 위해 최근 취업 연계형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포티투닷은 이달부터 UMOS 사업부를 분리해 본격적인 수익화에 도전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대차그룹은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는 뚜렷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는 FSD' 'BYD는 신의눈' 이런 식으로 현대차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서비스가 없다. 최근 현대차는 기존 출시된 주행보조 기능들을 '현대 스마트센스'라는 ADAS 브랜드로 묶어서 홍보하고 있지만, 그동안 관련 사업이 여러번 번복된 탓에 인지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모빌리티 전장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지금 전기차계의 애플이다. 스마트폰 보급 초기를 생각해보면 애플이 엄청난 성능과 브랜드 파워로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했다. 이후 삼성이 안드로이드 체제를 채택하며 뒤늦게 애플을 추격했다"며 "하지만 지금 현대차를 삼성에 비하기도 어렵다. 삼성은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며 타 브랜드들과 차별화 포인트가 있었지만, 전기차는 제조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여러 브랜드들이 비슷한 수준에서 난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쪼그라드는 국내 EV생산... 현대차 공장 올해만 7번 멈췄다
국내 전기차 생산량도 쪼그라들고 있다. 테슬라가 내수의 1/4 가량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미국향 물량 생산이 현지로 대거 넘어갔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달 말 울산 공장 내 전기차 생산 라인 가동을 멈추고 전기차 생산 속도 조절에 나선다. 현대차는 1공장 2라인 기술직 전체를 대상으로 29~30일 이틀간 휴업한다고 밝혔다. 올해만 7번 전기차 라인 가동이 멈춰섰다.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국내 자동차 생산물량도 줄어드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이에 국회에서는 국내생산촉진세제를 추진 중이다. 미국 IRA처럼 제조업체들이 국내 생산을 하는 만큼 일정 비율 법인세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지난 6월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전기차 관련 국내 생산 세액공제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법률안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는 여러 제조업 분야를 아우르는 세액공제안이 담겨 있다. 전기차는 이 중 '미래형 이동 수단에 관한 재화'에 해당돼 생산비의 1/10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해당 법안은 위원회에서 심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