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고에도 은행권 예대금리차 확대…‘이자장사’ 지적 커질 듯
예대금리차 7월 다시 확대…예금 하락·대출 경직 ‘비대칭’ 심화 공시 강화 속 ‘이자장사’ 공방 재점화…우대·가산금리 기준 투명성 요구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대통령이 “이자 장사 관행을 고치라”고 공개 경고했지만,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여름 들어 다시 벌어지고 있다. 7월 공시·통계 기준으로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약 1.47~1.49%p 구간으로 집계됐고, 개별 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1.54%p로 가장 컸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책 메시지의 톤도 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말 회의에서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리지 말라”고 경고했고, 직후 금융당국은 협회·은행권을 불러 ‘생산적 금융’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그럼에도 공시 수치상 예대금리차는 6~7월 두 달 연속 확대 흐름을 보였다.
확대의 1차 원인은 금리 조정의 비대칭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2.51%로 전월 대비 더 빨리 낮아진 반면, 대출금리는 연 4.06%로 하락 폭이 작았다. 수신은 빠르게 내리고 대출은 천천히 내려 간격(약 1.55%p)이 유지·확대되는 전형적인 구도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의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도 같은 흐름을 비춘다. 5대 은행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가 7월 1.47%p로 확인됐고, 두 달 연속 확대 추세를 보였다. 예금·대출금리와 예대금리차는 매월 갱신돼 소비자가 은행별로 비교할 수 있다.
은행별 격차도 눈에 띈다. 7월 기준으로 KB국민은행 1.54%p, 신한은행 1.50%p, 하나은행 1.42%p 등으로 나타났고, 5대 은행의 실제 범위는 약 1.41~1.54%p였다. 일부 달에는 KB가 공시 시작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 모집인 채널을 유지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비대면 대출 비중이 7월 들어 줄어들면서 가계 예대금리차가 높아진 것으로 보여진다"며, "KB국민은행의 대고객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대 은행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해 실수요자 지원에 힘쓰고 있으며, 기업대출 금리 역시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아 생산적 금융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체감은 직접적이다. 예금 이자는 눈에 띄게 줄어드는데 대출 이자는 기대만큼 내려가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지며, 정치권·정부의 ‘이자장사’ 비판이 재점화됐다. 상반기 4대 금융지주가 이자이익으로만 21조원을 넘게 벌었다는 분석이 공개되면서 여론의 공세는 한층 거세졌다.
은행권의 방어 논리는 이렇다. 예대금리차는 리스크 비용·유동성 관리·자본규제 비용을 반영한 필요 마진이며, 금리 전환기에 조달 구조 변화와 우대·가산금리 조정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공시상 수치가 커지는 구간에서는 '설명보다 숫자'가 더 크게 읽히는 것도 현실이다.
거시 변수도 혼재한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가계부채 억제가 유지되면서 대출금리의 하방 경직성이 나타나고,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 징후 속에서 은행이 금리 인하에 신중해지며 격차가 재확대됐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결국 관건은 투명성과 전가 속도다. 은행이 우대·가산금리 운용 기준과 조정 내역을 더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예·대 금리 조정의 논리(조달·리스크·자본비용) 를 데이터로 제시할수록 ‘이자장사’ 프레임의 압박은 낮아진다. 반대로 높은 예대금리차가 장기화되고 실적만 좋아진다면, 정책 경고에도 여론의 시선은 더 매서워질 가능성이 높다.
정책 당국도 정합성 점검이 필요하다. 금리 비교공시 강화, 예대금리차 공시 체계 고도화 같은 투명성 강화와 함께, 세제·규제·경영평가가 금리 전략을 왜곡해 마진 확대를 구조화하지는 않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하반기 판정 기준은 숫자다. 다음 공시에서 5대 은행 평균 예대금리차(7월 1.47~1.49%p)와 은행별 최대치가 눈에 띄게 낮아지고, 한국은행 통계상 신규 수신·대출 금리 격차(7월 2.51% vs 4.06%) 도 동반 축소된다면 ‘이자장사’ 공방은 잦아들 것이다. 그 반대라면, 대통령 경고에도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