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SC제일은행] ③이광희號 SC제일은행, ‘배당셔틀’ 꼬리표 못 떼나

해외 본사로 향하는 고배당…국내 투자·사회공헌 빈자리 논란 확산 지배구조 사슬·임금 분할 논란 겹쳐…이광희호 ‘배당–투자 균형’ 시험대

2025-09-23     박금재 기자
[사진=SC제일은행]

외국계 은행의 대표격인 SC제일은행(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해외 본사에 대한 거액 배당 기조로 인한 국부 유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회환원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본업 경쟁력과 내부통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임원진의 고연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자산 규모에서 지방·인터넷은행을 압도하는 등 외형은 크게 키웠지만 정작 내실 측면에서는 다수의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최근 제일은행과 관련된 주요 이슈를 각 항목별로 꼼꼼히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註)>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SC제일은행의 결산배당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2024년 실적을 바탕으로 2025년 결산배당 2320억 원이 의결되자, 해외 본사로의 대규모 송금이 반복된다는 ‘국부 유출’ 프레임이 재점화됐다. 특히 배당성향이 70%를 넘어선 점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지난해 2500억 원에서 배당 총액은 소폭 줄었지만 성향은 70%대가 유지됐다.

배당의 가팔랐던 증가 추세도 비판을 키운다. 2020년 490억 원→2021년 800억 원→2022년 1600억 원→2023년 2500억 원으로 불과 4년 사이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졌다. 2025년에도 2320억 원이 책정되며, “실적 둔화에도 고배당”이라는 시각이 확산됐다.

구조적으로는 지배사슬이 쟁점이다. SC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100% 자회사다. 그룹 내부에서는 홍콩 법인(SC Bank Hong Kong) 산하의 ‘SC NEA(북동아시아) 그룹’을 통해 한국 법인이 연결되는 구조가 정리돼 왔다는 공시가 확인된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이 사슬을 따라 상위 본사로 배당 형태로 이전되는 만큼, 배당의 방향성과 규모가 매년 민감한 사회적 이슈가 된다.

정치·사회적 담론에서는 “외국계 은행의 대규모 본사 배당”이 상징적 쟁점으로 부각된다. 올해도 한국씨티은행과 합산한 해외 본사 송금 규모가 약 7880억 원으로 추산된다는 사실이 알지면서, 외은계의 ‘고배당 관행’ 논란이 재현됐다. 배당 자체의 합법성·정상성과 별개로, 국내 투자·고용·사회공헌 대비 배당의 비중이 크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구도다.

은행 측 논리는 명확하다. 배당은 규정과 절차에 따른 주주환원이며, 자본적정성(BIS) 등 건전성 지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돼 왔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금융정책도 최근 몇 년 사이 배당 절차의 투명성·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비됐다. 다만 ‘절차의 정상화’와 ‘규모의 수용성’은 별개 차원이라, 후자에 대한 사회적 의문은 계속 남는다.

비교의 잣대도 논쟁의 한복판에 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의 배당성향은 통상 30%에 미달하는 수준(대개 20%대 중후반)으로 집계돼 왔다. 이에 견줘 SC제일은행의 70%대 배당성향은 상대적으로 높은 축에 속한다. “외은계라서 배당 성향이 유독 높다”는 프레임이 강화되는 배경이다.

리더십 변화에도 불구하고 배당 이슈가 모든 서사를 압도한다는 점도 고민이다. 올해 1월 취임한 이광희 행장은 기업금융·외환·자산관리 등 비이자 부문 강화와 내실 경영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결산배당 시즌이 오면 전략 메시지보다 고배당 논란이 더 큰 주목도를 가져가곤 한다. 취임 초기 과제였던 내부통제·수익기반 다변화와 함께, ‘배당-투자 균형’을 보여줄 구체 신호가 요구되는 이유다.

정책 환경 또한 단단해졌다. 경기 둔화와 금리 전환 구간에서 은행 배당을 둘러싼 사회적 수용성 기준은 높아졌다. 동시에 정부·여당이 금융지주의 배당성향 상향을 유도하는 논의(분리과세 유인 등)를 병행하면서, ‘얼마나’(규모)보다 ‘어떻게’(맥락·투명성) 배당하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됐다. 배당 공시의 선제성·정합성, 위험가중자산(RWA)·스트레스 테스트와의 연계 등이 핵심 잣대로 떠올랐다.

한편, 최근에는 노동 현장 이슈까지 겹치며 평판 리스크가 확대됐다. 하청 경비원 임금을 월 중에 나눠 지급(‘쪼개기’)했다는 의혹이 보도되며 전액불·정기불 원칙 위반 소지가 제기된 것이다. 은행은 사실관계 확인과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받는 상황이다. 배당 논란과 별개로, 대외 신뢰를 좌우하는 근로관행 이슈가 부각된 셈이다.

결국 관건은 ‘균형’이다. 고배당은 자본 효율과 주주친화 신호지만, 과도하면 국내 투자·디지털 전환·소비자보호 역량을 잠식한다.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배당성향 수치 그 자체보다, 내부유보와 투자계획·사회적 기여를 함께 제시하는 ‘패키지’다. 예컨대 고배당 해에는 국내 투자·취약계층 금융지원·사회공헌의 절대액과 증가율을 병렬 공시하고, KPI를 연계하는 방식이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다.

이광희 행장이 써야 할 서사는 ‘배당을 줄인다/늘린다’가 아니다. 배당의 맥락을 수치로 설명하고, 그와 동시에 국내 투자·내부통제·노동·소비자보호에서 체감 변화를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한 균형의 증거가 쌓일 때, 해마다 반복되는 ‘배당셔틀’ 꼬리표는 비로소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