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SC제일은행] ②SC제일은행, 수신·시장점유율 정체에도…임원진 연봉은 ‘최고 수준’
점유율 정체·마진 약화 고착…‘성과 대비 보수’ 논란 증폭 여신 확장 제동 속 해법은…활동성 고객·거래 빈도 확대
외국계 은행의 대표격인 SC제일은행(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해외 본사에 대한 거액 배당 기조로 인한 국부 유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회환원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본업 경쟁력과 내부통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임원진의 고연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자산 규모에서 지방·인터넷은행을 압도하는 등 외형은 크게 키웠지만 정작 내실 측면에서는 다수의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최근 제일은행과 관련된 주요 이슈를 각 항목별로 꼼꼼히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註)>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SC제일은행이 수신·시장점유율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2025년 상반기 영업이익이 26% 급락했고 2023년 NIM도 1.51%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이광희 행장은 국내 은행권 최고수준인 14억4000만원, 박종복 고문도 30억8000만원을 수령해 ‘성과 대비 보수’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구조적 고민은 리테일 기반의 약세다. 점포·채널 축소와 함께 소매금융 영향력이 과거 대비 눈에 띄게 낮아졌다는 평가가 금융권 안팎에서 반복된다. 오랜 기간 외형과 체질을 재정비했지만, 여전히 시중은행 경쟁의 하단부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수익성 지표도 녹록지 않다. 2023년 순이자마진(NIM)은 1.51%로, 국책은행을 제외한 국내 20개 은행 중 최하위권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금리 상승기에 일부 개선이 있었지만, 상대 비교 기준으로는 여전히 열위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이익은 소폭 늘고 영업이익은 급감’이라는 엇갈린 그림을 보였다. 연결 당기순이익은 20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6% 급락했다. 금리 하락 구간에서 NIM이 0.18%p 떨어지며 이자이익이 4.1% 감소한 점이 뚜렷했다. 비이자부문이 방어에 나섰으나 기본 체력인 마진 약화가 발목을 잡았다는 해석이다.
수신·여신의 ‘볼륨 만회’ 전략에도 제약이 걸렸다.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자 감독당국이 핀셋 경고를 내놓았고, SC제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최장 만기를 5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는 등 방어적 조정에 나섰다. 여신 확대 드라이브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길이 좁아졌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임원 보수는 상승 압력을 받았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광희 행장은 올해 상반기 급여 4억2100만원, 상여 10억1700만원 등 총 14억3800만원을 수령했다. 같은 기간 고문을 맡은 박종복 전 행장은 30억8000만원을 받으며 금융권 ‘보수 상위권’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박 전 행장의 경우 기타 근로소득(건강검진 및 퇴임에 따른 특별지급금 등)으로 8억2800만원을 지급받기도 했다. 실적과 점유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성과와 보상이 어긋난다’는 비판이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은행 측 논리는 다르다. 보수는 사전에 정한 성과지표에 따라 산정됐고, 자본적정성 등 건전성 지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주주환원과 인력 보상을 병행해 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상반기에도 BIS 총자본비율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고, 기업금융·외환·WM(자산관리) 등 비이자 기반 확대 전략을 공언해왔다. 문제는 낮은 NIM과 소매 기반 약세가 겹치면서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프로모션 금리로 예·적금 잔액을 키우는 1회성 이벤트보다, 활동성 고객군 확대와 거래 빈도 증대가 먼저”라는 주문이 크다. 결제·이체·모바일 편의 등 생활밀착 채널에서 체감 효용을 높여야 수신 점유율이 움직이고, 그다음에야 여신·수수료 비즈니스가 선순환을 탈 수 있다는 논리다. 단기 볼륨 경쟁은 마진 희석과 민원 리스크를 낳을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진다.
감독환경도 녹록지 않다. ‘6·27’, ‘9·7’ 등 연쇄 대출 규제 이후 은행권 가계대출 성장률이 둔화했고, 필요시 추가 규제 가능성도 열려 있다. 가계대출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금융·투자금융·비이자수익으로 버퍼를 만드는 전략이 불가피해졌다. SC제일은행이 상대적 강점인 글로벌 네트워크·외환·파생을 앞세워 차별화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보수 거버넌스 개선도 과제로 꼽힌다. 시장은 ‘총보수’ 금액 자체보다 ‘성과 연계성’과 ‘공시의 투명성’을 본다. 예컨대 순익·RWA(위험가중자산)·NIM 등 핵심지표와 임원 성과보상 간의 함수관계를 더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리테일·소비자보호·전산품질 같은 비재무 성과를 보상체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점유율 정체 구간에선 실적-보상-사회적 수용성의 균형이 특히 중요하다.
평판 리스크를 낮추는 길은 결국 ‘결과’다. 수신 기반의 질적 개선과 활동성 고객 확대, 디지털 채널 경쟁력, 마진 방어와 비이자 수익의 안정화가 가시화되면 보수 논란의 강도도 약해진다. 반대로 내년에도 시장점유율 정체와 마진 약세가 이어진다면, 억대 보수는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SC제일은행은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외환·파생 중심 비이자이익 확대와 여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강조했다. 과제는 숫자로 증명하는 일이다. 정체된 리테일의 ‘바닥 찍기’와 수익성 반등이 확인되는 순간, 시장의 시선은 보상보다 성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임원진 연봉과 관련해 "공시 내용을 참고해달라"면서 "별도로 언급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