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톺아보기]'주식농부' 박영옥, 조광피혁 장부열람 가처분 기각…불순 의도만 '노출'
동일 자료에 대해 중복 신청, 취하 후 재신청 '갈지자' 재판부,박 대표 지분매입 제안 거론 "수익 극대화 저의"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 기자] 조광피혁의 2대 주주로서 경영진과 장기간 갈등을 빚고 있는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관련 법원의 판결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경영진의 비위를 밝혀내겠다는 취지의 장부열람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저의에 깔린 '불순한 의도'를 먼저 보고, 기각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주주행동주의를 내세워 온 박 대표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올 것으로 보인다.
법원 “장부열람 목적, 불순한 의도”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방법원은 박영옥 대표가 신청한 장부등열람허용 가처분 신청(2025카합300)과 관련해 채권자(박영옥)의 신청을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항고하지 않아 원심이 확정됐다. 채무자는 조광피혁이다. 박 대표는 개인 지분과 스마트인컴 지분을 포함해 조광피혁의 지분 총 12.67%(84만2486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박 대표는 지난 2020년경 조광피혁과 관계사 조광 사이에 부당거래가 존재하는 동시에 조광피혁 경영진이 업무상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검사인 선임을 청구, 2021년 대전고법의 인용 결정을 얻어낸 바 있다. 이어 2022년 말 청주지법에도 같은 이유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으로부터 일부 인용 처분을 얻어냈다. 다만 이에 대해 조광피혁이 항고를 제기해 항고심이 진행되던 중인 지난 3월 박 대표가 스스로 가처분 신청(선행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면서 장부열람을 둘러싼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박 대표가 10개월이 지난 올해 초 돌연 같은 건으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법원이 심리에 돌입했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내리면서 먼저 형식상의 '미비'를 문제 삼았다. 일단 박 대표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장부 열람·등사의 피보전권리가 충분히 소명되기 어려우며, 이미 선행 가처분 사건과 관련 회계 서류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항고심 과정에서 신청 자체를 취하하면서 "장부 열람 등의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했다"고 보았다. 대상 서류의 기간·범위 역시 선행 사건과 완전히 동일했으며, 장부열람을 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음에도 스스로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재판부가 주목한 대목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박 대표의 저의다. 재판부는 지난 2023년 4월 박 대표와 조광피혁 실무진 사이에 오간 대화 녹취록을 근거 자료로 인용하면서 "투자 수익 극대화 또는 압력 수단으로 장부열람·등사 청구권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불순한 의도로 가처분 신청을 재차 제기했다는 의미다.
녹취록에 드러난 주가 부양 제안
재판부가 인용한 녹취록(주요 내용)에 따르면 2023년 4월경 박 대표는 조광피혁 실무진을 만난 자리에서 본인의 보유 지분을 시세의 2배 이상인 12만 원 선에서 매입해 달라는 제안을 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현 보유 자사주(47%)에 더해 인수 협상 가격대(예: 12만 원)까지 주가를 끌어올리면 자사주 65% 이상 확보 가능 ▲적정 자사주 확보 이후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을 통해 상승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으며 현재가 기준 주당 20만 원 이상 유지 가능하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 측은 "현 시가(5만 원) 대비 (인수 협상 가격인 12만 원의) 괴리가 커서 비싸게 느낄 경영진의 우려를 짐작해 과거 동서산업을 인수한 아이에스동서가 자사주 80% 상황에서 무상증자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수십 배 주가 상승을 일으킨 사례를 참조·활용하기 바란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2004년 당시 대상그룹 관계사인 UTC조합은 동서산업 지분 약 61.8%를 인수하면서 동서산업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 과정에서 인수자 측은 상장폐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기존 주주들의 물량을 걷어들였고, 이후 자사주 소각(200만 주) 계획을 공시하면서 주가가 공시 전 대비 30배가량 뛰는 등 시장에 혼란을 준 사례가 있다. 결과적으로 자사주 소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위 인정사실(제안 녹취록)에서 본 바와 같이 인수 협상 과정에서 5만 원에 불과한 주가를 12만 원까지 인위적으로 끌어올리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면서 "기록, 심문 전체 취지를 종합해 알 수 있는 분쟁 경위·경과·내용 등을 고려하면 채권자(박영옥)는 채무자(조광피혁)에 대한 투자 수익 극대화 또는 압력 수단으로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청구권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채무자가 (회계장부) 자료를 폐기·은닉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나 이를 시도했다고 볼 만하기 힘들며, 신청일로부터 결정일까지 8개월간의 기간 동안 본안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분쟁의 경위 및 기간 등을 고려하면 채권자의 주장이나 소명자료만으로는 본안 판결 이전에 자료의 열람·등사를 긴급하게 명할 보전 필요성이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주주행동주의 이미지 타격 불가피
법조계 일각에서는 해당 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주요주주의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은 보전의 법적 필요성 요건만 충족되면 인용되는 사례가 많음에도, 해당 신청건은 예외적 성격을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다. 박 대표 스스로 동일한 자료에 대해 중복 신청을 함으로써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의도성에 집중하도록 패착을 뒀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가처분 신청의 경우 상법에서 정하는 기본적인 요건(주주요건 등)을 갖추고 있으면 인용해주는 게 통상적인데, 보전의 필요성을 연결 지음에 있어서 주주의 다른 목적까지 인용한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며 각종 주주행동을 진행해 온 박 대표의 이미지에도 일정 부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조광피혁 측은 "앞서 법원은 박영옥 주주가 언론을 상대로 낸 소송도 이유 없음으로 기각했으며, 주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특정인과의 연관관계도 인정했다"면서 "이번 회계장부 열람 목적 역시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박 대표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얻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