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화세미텍, 글로벌 장비사와 하이브리드 본더 '맞손'

글로벌 식각 1위 업체, 최근 NDA 맺고 공동개발 플라즈마 기술 맡을 듯...내년 초 정식 출시 예상

2025-09-17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 기자] HBM(고대역폭메모리) TC본더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한화세미텍'이 글로벌 식각 업체 1위인 L사와 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공동개발에 나선 걸로 알려지면서 시장에 파장이 예상된다. L사가 전 세계 반도체 제조사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내년 정식 출시가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한화세미텍은 올해 상반기부터 L사와 잇따른 기술 협의를 갖고, 7월 경 양사가 하이브리드 본더를 공동개발하기로 하는 내용의 NDA(비밀유지협약)을 체결한 걸로 알려졌다. 3분기 내 정식 MOU(업무협약)을 맺고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본격적으로 데모 테스트를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L사는 미국에 본사를 둔 장비사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ASML, 도쿄 일렉트론(TEL)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반도체 테크다. 식각(에칭) 장비 부문에서 세계 1위다. 지난해 말 기준 162억 달러(약 23조원) 가량의 매출액을 올렸다. 현재 HBM 시장을 3분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을 비롯해 전 세계 반도체 제조사가 L의 장비를 도입하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L사 측에서 한화세미텍에 먼저 접촉을 제안하면서 양사의 만남이 이뤄졌다"면서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하이브리드 본더는 L사가 플라즈마(plasma) 기술을 맡고, 접합 핵심부인 본더를 한화세미텍에 맡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L사는 식각 플라즈마 업계의 최강자다. 최근 업계 최초로 솔리드(Solid) 형태의 플라즈마 소스를 채택한 식각 장비를 내놓으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20단 이상의 고적층 HBM(HBM4)을 본딩할 수 있는 차세대 본더 장비다. 현재 4세대(HBM3)와 5세대(HBM3E) 본딩 공정에서 범용으로 쓰이는 TC본더의 경우, 미세한 금속 돌기인 마이크로범프와 솔더를 열, 압력으로 녹여 접합하는 방식인데 하이브리브 본딩 공정은 금속-금속(Cu) 직결과 산화막-산화막 결합을 동시에 수행하는 기술이다. 

기존 HBM 적층의 피치(미세간격)가 약 40μm 수준인데 반해 하이브리드 본딩은 10μm 이하의 초미세 피치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TSV(실리콘전극관통) I/O(전극관통로)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즉 D램의 데이터가 드나드는 통로가 TC본딩 기술 대비 대폭 늘어난다는 의미다. 특히 수 천개 이상 될 것으로 보이는 6세대 HBM(HBM4)이 내년부터 본격 양산되기 시작하면 하이브리드 본더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초고대역폭 메모리가 요구되는 AI 가속기에 대응할 수 있다.

L사가 플라즈마 에칭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하이브리드 본더 상에서 본딩 이전의 플라즈마 활성화, 오염 제거 등의 전공정을 전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본딩에서 플라즈마는 칩 표면을 화학적으로 활성화해 수소 결합을 유도하고, 금속과 절연체가 저온에서 안정적으로 접합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HBM 양산 투자 속도와 이에 따른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 자체의 수지가 맞지 않아 실제 양산 시장의 확산을 2027년 께로 진단하기도 한다. 현 TC본더 시장의 최강자로 꼽히는 한미반도체가 2027년 하이브리브 본딩 시장 진입을 예고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계산이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화세미텍이 L사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한미반도체에 앞서 양산 단에 먼저 진입하려는 까닭은 시장 선점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전언이다. 한화세미텍은 내년 초 양산 진입을 예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TC본더는 후발주자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지만, 하이브리브 본더 시장 만큼은 선점해 HBM4 시장에서 치고 나가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현재 하이브리브 본더 제조사는 사실상 네덜란드의 베시(Besi)가 유일하다. 

여기에 L사가 구축한 글로벌 판매망을 공유할 경우 한화세미텍이 누릴 수 있는 마케팅 효과 역시 극대화될 전망이다. L사는 HBM 글로벌 3대장을 비롯해 인텔, TSMC 등 메모리, 비메모리, 후공정 파운드리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에칭 장비를 납품하는 제조사다. 고객사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와 관련해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L사 공동 개발 관련) 구체적으로 확인해드릴 수 있는 사항이 현재로선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