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후보험 출시 가속화하는데...환경부 시범사업 예산은 97% 삭감

- 100억원 요청했지만 3억원만 확보, 환경부 정책 추진 의지 논란 - 일 안하면 생계 위협, 무리하면 온열질환...야외 근로자 2만명 딜레마 심화 - 상생기금 활용안도 불투명...11월 국회 예산 심사가 마지막 기회

2025-09-16     나아영 기자
김성환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직접 약속한 기후보험 시범사업 예산이 100억원에서 3억원으로 97% 삭감되면서 정책 추진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하던 정부가 정작 야외 근로자 2만명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 보상 시범사업은 사실상 포기하고 연구비만 남겨둔 상황이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16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가 2026년 기후보험 시범사업을 위해 요청한 100억원 중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금액은 3억원에 불과했다. 환경부가 확보한 예산은 기후보험 개발을 위한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되며, 애초 계획했던 야외 공공건설 근로자 대상 실제 보상은 불가능해졌다.

기후보험은 폭염특보 발령 시 야외 근로 중단으로 발생하는 소득 손실을 보상하는 파라메트릭(지수형) 보험이다. 사전에 설정한 기상 조건 충족 시 손해 입증 없이 보험금을 자동 지급하는 혁신적 제도로, 김성환 장관이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폭염 때 쉬는 것 때문에 사실상 기업에 피해가 올 수도 있고 노동자의 임금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직접 도입을 약속했던 정책이다.

김소희 의원실 관계자는 "100억원 중 3억원은 3%에 불과한 수준으로 실질적인 시범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기재부가 모든 부처 요구를 그대로 승인하지는 않지만, 정책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예산 확보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의원실에서는 애초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시범사업이 내년에도 시작되지 못하면 정책 추진에 상당한 지연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환경부는 손보협회가 조성한 상생기금을 활용한 대안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상생기금 활용의 적절성과 실제 활용 가능한 규모가 불확실하다"며 "금감원과의 프로그램 수정 협의도 필요하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계자는 "매년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관련 질환자가 증가하는데 정책은 선언에 그치고 실제로는 에너지 정책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기후보험 활성화를 위한 그간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손해보험협회와 환경부는 지난 4월 '기후보험 도입 및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김성환 장관은 취임 후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해 왔다. KB손해보험은 연내 '날씨 피해 보상보험'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나, 정작 정부 차원의 시범사업은 예산 부족으로 무산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기후보험은 피해가 비교적 명확한 야외 근로자 등 취약 계층을 우선 대상으로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기후변화 취약계층 보호 공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예산 삭감으로 시범사업이 지연되면서 실질적인 피해는 결국 현장의 근로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폭염 속에서 무리하게 근무하면 온열질환 위험이 있고 작업을 중단하면 생계가 위협받는 딜레마가 있다"며 "일을 안 하면 생계가 위협받고, 무리하게 일을 하다가 온열 질환에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현실적 어려움을 설명했다. 김소희 의원은 "기후보험은 이상기후로 생계를 위협받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필수 안전망"이라며 "김성환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공약한 정책이 이처럼 후퇴한다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정부 의지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산 증액을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예상된다. 김소희 의원실은 11월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예산 증액을 위해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원실 관계자는 "예산 확보가 모든 것의 전제조건이며 이를 통해서만 실질적인 시범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며 "장관의 지속적인 관심을 기대하면서도 국회 차원에서 예산 증액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