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채 시장 양극화…대형사 줄줄이 흥행, 중소형사는 관망 기조
대형사 증권채 발행 줄줄이 흥행...수요예측 증액 잇따라 중소형사, 올해 들어 발행 시도 드물어...PF 우려·신용도 부담 여전 대신·유안타 등 예외적 성공 사례 있지만...구조적 양극화는 지속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올해 들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증권채 발행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을 덜어내며 상반기 실적이 개선된 중형사 일부도 선전했지만, 대체로 중소형 증권사들은 발행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요예측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상대적으로 불리한 신용등급이 여전히 제약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대형사 증권채 ‘줄줄이 흥행’…조 단위 주문 행렬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형 증권사들의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은 모집액을 크게 웃도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풍부한 주문 속에 발행수익률은 민평금리 대비 마이너스로 형성되고, 조건이 개선되면서 증권사들은 앞다퉈 조달 시점을 당기는 분위기다.
KB증권은 올해 세 차례 발행에 나섰다. 지난 9월 1일 진행한 3000억원 모집에는 1조7400억원이 넘는 주문이 몰리며 최종 발행액을 6000억원으로 증액했다. NH투자증권도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세 차례 이상 발행을 단행, 수요예측에서 각각 수조원대 청약을 확보했다.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 역시 1조원 이상 주문을 끌어내며 흥행을 이어갔다.
증권사들은 주로 만기가 도래한 채권과 기업어음(CP) 상환 자금을 채권 발행으로 갈아타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몰릴 때 미리 자금을 확보해 만기 리스크를 줄이고, CP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중형사 일부 흥행…그러나 관망이 대세
중형사 가운데 일부는 발행에 성공하며 시장 회복세를 체감했다. 대신증권은 부동산PF 익스포저 부담에도 지난 7월 1800억원 모집에서 1조원 이상이 몰리며 최종 3600억원으로 증액했다. 유안타증권도 4월 2000억원 모집에 1조2780억원을 끌어냈다.
다만 이는 예외적 사례로 평가된다. 교보증권, 현대차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상당수 증권사는 올 들어 공모 회사채 발행 소식이 드문 편이다. 업계에서는 “시장 수요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는 신용등급과 자산 건전성 평가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어 수요예측에서 우위를 갖는다”며 “정부 주도의 PF 리스크 관리와 시장 금리 하락도 맞물리면서 대형사를 중심으로 수요 회복세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신증권의 발행 성공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능했던 사례”라면서 “중소형사는 과거 PF 비중과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도로 인해 자금 조달이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신용등급·조달비용 부담이 구조적 제약
중소형 증권사들이 증권채 발행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신용등급 격차와 조달금리 부담이 크게 작용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는 CP나 RP 등 단기성 자금조달 수단이 주를 이뤘지만, 종합투자사업자 제도 도입 이후 채권 중심의 조달 구조가 본격화됐다"며 "이 과정에서 보완자본 조달 수단도 병행되면서 대형 증권사의 채권시장 참여가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소형사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아 조달금리가 높고, 투자자 수요 확보도 쉽지 않아 채권 발행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도적으로도 IB 관련 규제 등이 대형사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향후에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