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 논의 한 달…수직 계열화·빅딜 모두 제자리

정유사와 손잡는 통합 구상 잇따르지만 뚜렷한 진전 없어 여수·대산·울산 단지별 시나리오 가동…이해관계 충돌 여전 업계 "세제 완화·심사 유예 등 정부 지원 필요" 한목소리

2025-09-15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사업재편 논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유사와 손잡는 수직 계열화가 주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기업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여수·대산·울산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단지에서는 지난달 20일 체결된 구조개편 협약 이후 정유사 중심의 통합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 진전보다는 탐색전이 길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여수에서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 여천NCC가 GS칼텍스를 축으로 통합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화학은 여수 NCC 매각과 합작사 설립을 제안했으며, 롯데케미칼도 GS칼텍스를 파트너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GS칼텍스는 장기 검토 입장을 보이며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분위기다.

대산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모회사 HD현대오일뱅크와의 연계를 통해 수직 계열화를 추진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롯데케미칼의 NCC를 HD현대케미칼로 흡수하고, HD현대오일뱅크가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울산에서는 SK에너지의 나프타 공급망을 활용해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의 통합 구상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한유화의 자금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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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석화사 간 ‘빅딜’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에틸렌 생산 2, 3위인 롯데케미칼과 여천NCC의 결합은 생산효율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천NCC의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가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진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협약 체결 당시 무임승차 기업에 대한 엄정 대응을 경고했지만, 일부 업체는 협상 테이블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외국계 및 합작사의 경우 해외 본사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해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는 연말까지 정부가 요구한 구체적 사업재편안을 도출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각 사가 셈법을 정리하는 단계”라며 “실제 결론은 추석 이후 본격적인 협의가 시작돼야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는 속도 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세제 부담 완화나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 유예 같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스스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많다”며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업계 전반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