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무제한 통화 스와프' 요청한 정부, 왜?
3500달러 투자, 현금출자 방식은 위험 일본처럼 '무제한 통화 스와프' 해달라, 美에 요구 실제 관철 가능성은 낮아, 협상 카드적 성격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국 재정당국은 미국의 고강도 투자 압박에 대응해 미국 측에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요구하고 있다.
15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도 강유정 대변인은 "외환시장을 고려할 수 밖에 없어서 그 사안(한미 통화 스와프)도 고려하면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 美 "현금 가져와라" 요구... 한국에겐 무리수
미국은 현재 지난 7월 이뤄진 한미 관세 협상 당시와는 다른 태도로 한국에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당시 우리 정부는 대미 투자 펀드의 상당 부분이 '보증' 형태로 구성도있다고 밝혔다. 보증이란 미국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기대만큼의 이익을 내지 못할 경우 한국이 그 돈을 대신 갚겠다고 약속하는 형태로, 한국측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 정부는 태도를 바꿔 투자의 상당부분을 현금출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측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든 입장이다. 올해 8월 기준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4163억 달러로,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는 전체 외화의 약 84%에 달한다.
아직 3500억 달러 전액을 현금출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온 바 없지만, 유사한 수준이라면 외환 보유고의 대부분을 소진해야 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무리하게 미국의 요구에 응하게 되면 국내 경제에 '패닉'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유 외환이 1000억 달러 이하로 줄어들게 되면 국제 금융시장이 이를 위기 신호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채를 갚기 위해 시장에서 추가로 달러를 조달하게 되면 원화 가치가 하락하며 환율이 폭등하는 사태도 생길 수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관세를 줄이려다 제 2의 IMF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생겨나고 있다.
▲ 통화 스와프는 최소한의 방어, 대미투자 실리 따져봐야
통화 스와프는 미국이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금의 상당부분을 현금직접출자 방식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다.
한-미 무제한 통화 스와프가 실제로 체결되면 원화를 담보로 무제한으로 미국 연방으로 부터 달러를 빌려올 수 있어, 외화 소진 및 원화 가치 하락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할 수 있었던 것도 미-일 간 무제한 통화 스와프가 체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측의 요구가 단순히 '협상 카드' 성격에 그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유럽, 영국, 일본, 캐나다, 스위스 등 일부 주요 기축통화국과만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이를 체결할 가능성은 낮다.
우리 정부가 이를 알고 있지만, 미국의 관세 협상 요구가 과도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기 위해 협상 카드로 내놓았다는 설명이다.
한편,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집행하면서 관세를 낮추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서방 비영리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CEPR) 소속 딘 베이커 선임경제학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안 대로라면,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 투자하는 것 보다 자국 수출 기업들에게 그 돈을 지원해주는 편이 낫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이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와 5500억 달러가 규모상 과도하기도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약속을 바꿀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우리 정부는 국익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협상하기 위해 무리한 요구는 조정해나가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