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국민은행, 해외법인 ‘시스템 강제 통제’ 전환 과제로
인니서 잇단 통제 허점 노출…신뢰 회복 관건은 ‘전산 강제 통제’ 지표의 가시화가 해법…사고·탐지시간·개선율 공개로 평판 리스크 완화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사업이 연쇄 이슈로 흔들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현지 자회사에서 신용장(LC) 거래와 관련한 약 1076억 원 규모의 사기 의혹이 불거졌고,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에서도 현지 채용 직원의 조건 미달 대출 취급과 관련해 배임 혐의가 제기됐다. 두 건 모두 절차의 빈틈과 통제 미비가 초점이라는 점에서 공통 분모가 분명하다.
현지 감독당국의 반응은 단호하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원(OJK)은 우리은행 건에 대해 내부 관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거래 검증·승인·정산 단계 전반의 프로세스 취약을 지적했다. 개별 직원의 일탈로 끝낼 문제가 아닌 구조적 개선 과제라는 신호다.
시장 파장은 숫자와 평판으로 동시에 나타난다. 신용장처럼 서류와 절차가 많은 고위험 업무에서 통제 실패가 발생하면 거래처 이탈, 조달비용 상승, 충당금 적립 확대 등 간접·직접 비용이 겹친다. 무엇보다 신뢰 하락은 현지 성장 전략의 속도를 늦춘다.
KB국민은행 측 이슈의 뿌리도 통제 설계에 있다. 여신 심사 기준의 일관성, 승인 권한 분리, 사후 점검의 실효성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쟁점이다. 사건의 개별 사실관계와 별개로 “통제가 업무 흐름 속에서 체감되느냐”가 핵심 질문으로 남는다.
해법의 축은 명확하다. 체크리스트에 머무는 문서 의존 통제를 넘어 전산으로 강제되는 통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접수–심사–승인–정산 각 단계를 시스템에서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동일인의 연속 관여를 차단하는 장치를 기본값으로 고정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 단위 로그의 상시 수집과 자동 분석이 병행돼야 한다. 신용장 매입, 담보 재평가, 보증 한도 변경처럼 사고 취약 구간에는 규칙 기반 알림과 통계적 이상탐지를 함께 적용해 조기 경보 체계를 촘촘히 해야 한다. 표본 위주의 사후 점검에서 벗어나 테마형 상시 점검과 사전·사후 이중 검증이 돌아가는 루프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표의 가시화는 신뢰 회복의 지름길이다. 해외 점포별 사고·의심 사례 건수, 탐지에서 차단까지 걸린 평균 시간, 감사 지적 개선율 같은 핵심 운영지표를 외부에 더 넓게 제시하면 개선 속도를 이해관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숫자가 평판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직선적인 신호다.
현지 규제와의 정합성 확보도 병행돼야 한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원의 메시지가 ‘개별자 처벌’보다 프로세스 개선 요구에 방점이 찍힌 만큼, 표준 절차를 인도네시아 규정과 관행에 맞춰 세분화하고, 계약·회계·공시 시스템과 자동 연동되는 통제 고리를 촘촘히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사회와 경영진 차원의 감독 루프 강화도 요구된다. 취약 프로세스별 개선 계획에 목표 수치(KPI)·기한·책임 부서를 부여하고, 분기별 이행률을 점검하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외부 감사·컨설팅을 통한 독립 점검을 정례화하면 내부 시각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단 목소리가 힘을 받는다.
국내 본점과 현지 조직 간 정보 동기화를 높이는 작업도 중요하다. 동일 기준으로 작성된 운영 지표와 점검 결과가 같은 시점에 공유돼야 의사결정이 늦지 않고, 발생–조치–개선의 선순환이 빠르게 돈다. 내부 보고의 속도와 일관성이 결국 리스크 억제 능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인력과 문화의 보강은 제도 못지않게 핵심이다. 고위험 부서 순환근무와 장기휴가 의무화, 내부제보 채널의 익명성과 보상 강화, 현지 직원 대상 윤리·보안·무역금융 교육의 정례화는 현장의 판단력을 끌어올리는 실무형 처방이다. 사람이 개입되는 공정일수록 조직문화가 사고 가능성을 가른다는 의견이 업계 중론이다.
종합하면, 인도네시아에서의 신뢰 회복 열쇠는 ‘강제되는 시스템’과 ‘보이는 데이터’다. 우리은행은 LC 사안의 투명한 정리와 재발 방지 성과를, KB국민은행은 여신 절차의 일관성과 사후 점검의 실효성을 수치로 입증해야 한다. 설계–운영–내부 소통 전 과정의 재정렬이 이뤄질 때 두 은행의 평판은 다시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