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통상임금 ‘이중 계산법’ 논란…‘직원 우대’ 명목에 실제는 인상폭 축소

- 대법원 판결 따른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이중 규정' 도입 방안 검토 - 노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회피용 꼼수' vs 농협 '합리적 제도 개선' - 농축협 노조, 8만6천 조합원 대표해 통상임금 확대 요구

2025-09-12     나아영 기자
강호동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농협중앙회가 대법원 통상임금 확대 판결에 대응해 이중 통상임금 규정을 도입하려는 계획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두 가지 서로 다른 계산 방식 중 유리한 것만 적용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직원들의 시간외수당과 연차휴가보상금을 대폭 축소하는 구조로 분석됐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두 가지 통상임금 계산 방식 중 금액이 많은 것을 적용하겠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겉으로는 직원에게 유리한 방식을 택한다는 논리지만, 사무금융노조는 "대법원판결 취지를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본지가 농축협 내부 급여 규정 문서인 '2024년 농축협 인사·급여 실무 편람'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새 계산법 적용 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통상임금 방식은 기본급만을 산입한다. 대신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나 연차수당을 계산할 때 월 통상임금을 소정근로시간 183시간으로 나눈 뒤, 통상시급에 1.83배의 할증률을 적용한 금액을 수당으로 지급한다. 농협이 새로 검토 중인 '법적 통상임금' 방식은 중식비·업무활동보조비·정기상여금 등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을 포함한다. 산식은 시간외근로수당에는 통상임금의 1.5배, 연차수당은 통상임금만큼 지급하는 구조다.

규정에 따르면 농협의 현행 시간외수당 계산 공식은 '월 통상임금 ÷ 183 × 1.83 × 시간외근로 시간 수'다. 월급 300만원 직원이 월 20시간 시간외근로 시 현행 방식으로는 60만원을 받지만, 새로운 법적 통상임금 방식 적용 시에는 43만원만 받게 되어 월 17만원 손실이 발생한다.

연차휴가보상금 격차는 더욱 크다. 내부 규정의 '월 통상임금 × 미사용휴가일수 × 8시간 × 1.83/183' 계산식에 따르면 월급 300만원 직원이 연차 5일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현행 120만원에서 새 방식 86만원으로 34만원이 감소한다. 다만 실제 손실 규모는 개별 직원의 기본급 대비 수당 구성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농협이 이같은 모순적 제도를 도입하려는 배경에는 독특한 급여체계가 있다. 농협은 과거 은행권의 월 소정근로시간 183시간을 그대로 적용해 현재까지 1.83배 할증률을 유지해 왔다. 현재 법정 월 소정근로시간은 209시간이지만 내부 문서에 "과거 은행의 월 소정근로시간 183시간에 맞춰 노사가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명시된 대로 기존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법적 통상임금' 방식이 오히려 시간외수당을 축소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행 183시간 기준보다 209시간 기준이 시간당 단가를 낮추고, 할증률도 1.83배에서 1.5배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포함 항목은 늘어나지만 실제 지급액은 줄어드는 역설적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고용노동부 지침과 충돌 가능성이 높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2월 발표한 지침은 "법적 통상임금과 약정 통상임금의 유리한 부분만을 취사선택해 법정수당을 산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사무금융노조는 "대법원판결 취지를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재직자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한 만큼 기존 급여 규정을 정상적으로 수정해야 하는데 이를 우회하려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통상임금 확대 판결의 본질적 취지는 근로자 보호 강화에 있는데, 오히려 실질적 임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법 정신에 어긋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전국협동조합본부는 10일 서울 농협중앙회 앞에서 통상임금 확대 적용을 요구하는 상경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온전한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적용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비정상적인 현행 통상임금 산입방식을 정상적으로 바꾸는 게 맞다"며 농협의 이중 규정 시도를 강력히 반대했다.

이번 농협의 시도는 올해 IBK기업은행과 대조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1월 통상임금 소송에서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후 기업은행은 7월 직원들에게 209억원을 소급 지급했다. 반면 농협은 이중 규정 방안을 검토하며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어 향후 노사 협상 과정에서 법적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