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탁'에 공들이는 이유는?... "비이자이익 강화"
우리, 유언대용신탁 신상품 출시... 하나는 '금 실물 신탁' 선봬 국민도 자산 증여 관련 신탁 내놔... 신한은 종합재산·유언대용신탁 시스템 구축 '비이자' 강화 위해 신탁 경쟁력 제고... 4대 은행, 상반기 신탁 보수 3579억원 업계 "신탁, 비이자 수익원으로서 핵심적인 역할... 상품 다양성 늘어날 전망"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은행권이 신탁 상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상품 다양성을 넓히고 관련 시스템을 전면 정비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기조와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주요 비이자 수익원 중 하나인 신탁의 경쟁력을 강화해 비이자이익을 한층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12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은행은 지난 9일 유언대용신탁인 '우리내리사랑 안심신탁'을 출시했다. 유언대용신탁은 금융기관이 고객과 신탁계약을 체결해 생전에는 다양한 금융자산을 기초로 재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후에는 계약 내용에 따라 신속하게 재산을 배분하는 금융상품이다. 해당 상품의 경우 최소 가입금액을 기존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대폭 낮춘 동시에 복잡한 계약 절차를 단순하게 하고, 고객에게 생활비 등 필요 자금이 주기적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달 11일 금융권 최초의 금 실물 신탁 상품인 '하나골드신탁(운용)'을 내놓았다. 가입 시 보유한 금을 하나은행에 맡긴 뒤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의 감정 결과를 확인한 후 운용여부 동의절차 등을 거쳐 만기에는 감정가의 1.5%에 해당하는 연 운용수익과 금 실물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7월 말 고객이 자녀나 손자녀에게 증여할 자금을 사전에 지정한 방식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설계된 'KB골든라이프 증여플랜신탁'을 선보였다. 기본공제형과 결혼·출산형 등 2종으로 구성됐으며, 기본공제형은 자녀·손자녀에게 증여 시 미성년자 최대 2000만원, 성년 최대 500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도록, 결혼·출산형은 결혼·출산을 목적으로 증여 시 최대 1억원까지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각각 설계됐다.
이 외에 신한은행의 경우, 고객 생애주기에 맞춘 자산관리(WM)와 상속설계 지원을 위해 지난 5월 '종합재산신탁 및 유언대용신탁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신한은행은 해당 시스템을 바탕으로 생전 자산 운용은 물론 건강 상태 변화에 따른 자금 활용과 사후 재산 분배까지 고객의 삶 전반을 설계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이 이처럼 일제히 신탁 상품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비이자이익의 중요성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가운데 신탁이 핵심 비이자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자리한다. 특히 근래 들어 가계대출을 옥죄려는 정부 기조와 이자장사에 대한 세간의 비판 여론 등이 확산됨에 따라 각 은행이 비이자이익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신탁 상품의 경쟁력을 더욱 꼼꼼히 챙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객이 맡긴 돈이나 재산을 금융상품에 투자하거나 관리해 이익을 얻는 게 신탁 상품의 수익 구조"라며 "상품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은행은 신탁을 통해 통상 0.05~2% 수준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의) 신탁 잔액 규모가 크다 보니 수수료이익도 상당한 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4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은 신탁 운용 보수로 도합 3579억원을 수확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한 수치다. 은행 중에서는 하나은행의 신탁 보수가 984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이어 우리은행(926억원), 국민은행(861억원), 신한은행(808억원) 순이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비이자이익의 중요성이 워낙 확대된 데다가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 역시 전 연령층에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터라 은행들로서는 신탁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각 은행의 신탁 상품 다양화 시도 등이 당분간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올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의 신탁 잔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한 435조70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 신탁 잔액은 신한은행(118조8539억원), 하나은행(116조8577억원), 국민은행(109조8619억원), 우리은행(90조1339억원) 순이었으며, 전체 신탁 규모 대비 고객에게 수익을 환원한 비율은 우리은행(1.25%), 하나은행(1.11%), 국민은행(1.10%), 신한은행(0.99%)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