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보이스피싱에 '속수무책'... 6대 은행 계좌 15만개 '지급정지'
20년~올 1분기 6대 은행 '사기 이용 계좌' 관련 통계 나와 국민은행, 3만4436개로 최다... 농협·우리·신한·하나·기업 순 박성훈 의원 "범죄 대응 위해 민관 정보 공유 체계 강화·패러다임 전환 시급"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최근 5년여 동안 6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된 계좌 수가 15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 대책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지난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6대 은행에서 사기 이용 계좌로 신고돼 지급 정지된 계좌는 총 15만82개에 달했다. 이는 금감원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 신청 내역으로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같은 기간 총 3만4436개로 가장 많은 계좌를 정지했다. 그만큼 보이스피싱 범죄에 노출된 계좌가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뜻이다. 이어, 농협은행(2만7381개), 우리은행(2만4816개), 신한은행(2만2510개), 하나은행(2만1378), 기업은행(1만천561개) 등의 순이었다.
6대 은행 합산 지급 정지 계좌 수는 매년 증가세를 나타냈다. 연도별로는 2020년 2만3381개, 2021년 2만7967개, 2022년 2만8천185개 등으로 증가했으며, 이후 2023년 2만7652개로 주춤했다가 지난해 다시 3만2409개로 뛰었다.
특히 올해는 지난 1분기(1만488개)에만 1만개가 넘는 계좌가 정지됐다. 단순 계산 시 올해 처음으로 연간 4만 개가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최근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피해액 일부를 금융사가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키로 한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각 은행들도 보이스피싱 등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지만 범행 수법이 워낙 교묘해지고 있다 보니 역부족인 부분도 없잖아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방은행도 시중은행 대비 수치는 낮았지만, 매년 증가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20년부터 올 1분기까지 5대 지방은행(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에서 사기 이용 계좌로 신고돼 지급 정지된 계좌는 총 9621개로 집계됐다.
부산은행이 4508개로 가장 많았고, 경남은행이 2713개, 전북은행이 1108개, 광주은행이 175개, 제주은행이 217개 등으로 뒤를 이었다. 연도별로는 2020년 1210개, 2021년 1557개, 2022년 1919개, 2023년 1958개, 지난해 2203개 등으로 지속적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 1분기에도 이미 774개 계좌가 정지돼 최고치 경신이 유력한 상태다.
지난해 5월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iM뱅크(옛 DGB대구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4534개로 다른 시중은행보다는 적고 지방은행보다는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박 의원은 "보이스피싱에 악용된 계좌 수만 보면 우리 금융보안 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수준"이라며 "날로 지능화되는 범죄 대응을 위해 은행권·수사기관·금융당국 간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하고 사전 차단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