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버거 전쟁'의 끝?…프리미엄 대신 가성비로 재편되는 햄버거 시장
해외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 줄줄이 매각·철수…강남 한복판 ‘버거 대전’ 반짝 흥행 그쳐 롯데리아·맥도날드 등 전통 프랜차이즈, 가성비·현지화 전략으로 반등 노브랜드버거, 저비용 창업 모델로 매장 확장 가속…오는 2030년 7000억원 매출 목표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버거 대전’이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한때 해외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이 대거 진출하며 고급화 흐름을 주도했지만, 최근엔 고물가와 소비자 인식 한계에 부딪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미국 현지 유명 브랜드까지 가세한 이른바 ‘미국 3대 버거 강남 상륙전’은 불과 2~3년 사이 줄줄이 매각 혹은 철수로 마무리되고 있다.
프리미엄 열기 식고, 저가 프랜차이즈로...발길 옮기는 소비자들
지난 2년 사이 강남 한복판에는 슈퍼두퍼, 파이브가이즈, 굿스터프이터리, 고든램지버거 등 이름만 들어도 화제성이 높은 프리미엄 버거들이 잇따라 매장을 열며 ‘오픈런’ 줄이 늘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열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굿스터프이터리는 지난 2022년 5월 문을 연 뒤 불과 5개월 만에 국내 사업을 철수했고, 지난 2022년 강남 1호점을 열었던 슈퍼두퍼 역시 약 2년 만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 결정을 내렸다.
쉐이크쉑은 여전히 강남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지만, 지난 해 기준 19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에서 고전 중이다. 이어 최근까지도 매장확장을 이어가는 파이브가이즈는 현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한때 최고 14만원이 넘는 메뉴로 주목받은 고든램지버거 역시 가격 대비 만족도 논란이 불거지며 초반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버거의 고전 배경으로 “한국 소비자에게 햄버거는 여전히 ‘가성비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한 끼에 2~3만원 이상을 지불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고 분석했다.
실제 파이브가이즈 단품 가격은 1만원 중반, 세트는 3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프리미엄 브랜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국내 전통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들은 반등에 성공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기준 연매출 9954억원, 영업이익 391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고, 맥도날드 역시 ‘한국의 맛’ 시리즈를 통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한정 메뉴를 잇달아 출시하며 매출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엔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매출은 약 1조2500억원, 영업이익은 117억원에 달했다.
국내 프랜차이즈들이 살아난 이유는 가격경쟁력과 차별화 전략 덕분이다. 롯데리아는 크랩버거나 전주비빔라이스버거처럼 한국식 재료를 접목한 메뉴로 주목받았고, 맘스터치는 ‘K-버거’ 이미지로 일본 등지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 분위기 속 가성비를 내세운 노브랜드버거는 특히 공격적인 확장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2025년 2분기 한 분기 동안 신규 매장 15곳을 오픈했으며, 연내 26곳 추가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창업비도 낮췄다. 기존보다 40% 저렴한 ‘콤팩트 매장’ 모델을 도입해 약 15평 기준 1억500만원에 매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기존 평균 1억8000만원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신세계푸드는 해당 전략을 통해 노브랜드버거 매출을 오는 2030년까지 7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기준 브랜드 매출은 약 1200억원 수준이었다.
글로벌 흐름도 ‘가성비 중심’...버거 시장 재편 국면
이러한 흐름은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글로벌 외식 시장에서도 고환율, 물류비 상승, 원재료 가격 인상 등 비용 부담이 커지며 프리미엄 외식보다는 가성비 메뉴가 다시 주목받는 추세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해외여행이 막히며 국내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외식에 열광하는 흐름이 있었으나, 현재는 경기 불황과 맞물려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일시적 트렌드였던 고가 외식 붐이 빠르게 꺼진 셈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햄버거라는 메뉴 특성상, 국밥이나 돈가스 같은 식사류와 가격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들이 바로 이탈하게 된다”며 “지속 가능한 수요를 확보하려면 가격·콘셉트·현지화가 모두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단기간 내 프리미엄 버거 트렌드가 다시 불붙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현재는 전통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제품 경쟁력과 효율적 운영, 저가 창업 모델 등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한 업계 전문가는 <녹색경제신문>에 “지금 한국 햄버거 시장은 가격과 구성, 접근성 모두에서 보편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프리미엄 버거는 확실한 콘셉트와 브랜드 파워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