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YD 씨라이언7, 아토3는 잊어라
독창성은 아쉽지만... 외모 합격, 내부 구성도 고급스러워 주행 성능은 nice, 승차감과 정숙성은 soso 같은 급의 선택지 많아, 씨라이언7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씨라이언7을 처음 마주하고 아토3와 너무나도 닮은 생김새에 또 한번 가슴이 철렁했다. 이번에도 당황스러운 내부 공간을 보여주려나 싶어서였다. 아토3를 시승하며 컨셉불명의 형광빛 내부 디자인에서 받았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터라, 차를 받자마자 운전석 문부터 열었다.
기우였다. 씨라이언7은 외부 디자인 뿐 아니라 내부 공간까지 장난기를 쫙 뺐다. 고급감이 느껴지는 내장재에 퀄팅 시트, 디스플레이 구성 모두 중형 SUV로서의 품위를 갖추고 있었다.
물리버튼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게 느껴졌다. 아토3 뿐 아니라 고급 브랜드인 폴스타도 '딸깍' 가볍게 눌리는 저렴한 물리버튼을 사용해 중국산 자동차의 공통적인 한계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씨라이언7은 묵직하면서 정제된 클릭감의 물리버튼을 사용했고, 음량 및 주행스타일을 조절하는 다이얼 버튼 역시 고급스러운 마감과 터치감으로 만족감이 꽤나 컸다.
본격적인 시승 전, 우선 내부 공간을 둘러보고 BYD의 만듦새에 대한 개인적인 편견이 어느정도 사라졌다. 까불까불한 동생을 만나고 형도 같은 핏줄이겠거니 했더니, 정장을 쫙 빼입고 나타나 '제가 우리집 장남입니다' 소개하는 느낌이랄까.
이번엔 외관을 찬찬히 살펴봤다. 아토3 역시 그랬듯,아주 특별한 취향이 있지 않은 이상 누구나 봐도 '괜찮다'는 평가를 할 만한 외모다. 전기 SUV 답게 조금은 낮은 차체에 뒷라인은 쿠페형으로 떨어지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앞모습은 물개를 연상시키는 동글동글한 인상에 물안경을 쓴 듯한 램프로 개성을 더했다. 특별히 못난 구석을 찾기 힘든 매우 안정적이고 무난한 디자인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내가 이걸 어디서 봤더라?'하는 기시감이 들었다. 곰곰히 구면인 차들과 매칭을 시켜보니 앞모습과 전체적인 바디라인은 폭스바겐의 ID.5와, 쿠페형으로 떨어지는 뒷라인은 포르쉐 카에엔 쿠페와 아주 흡사했다.
로고 없이도 디자인 언어가 로고가 되는 것이 자동차 브랜드의 멋이자 가치인데, BYD에게 그 단계까지 바라는 것은 아직 무리일지 모른다. 때문에 굳이 BYD 글씨가 또박또박 박힌 로고를 앞뒤로 크게 넣어야 하는 건 덤이다.
BYD 씨라이언7
출고가: 4490만 원
예상 보조금: 180만 원
배터리: LFP
배터리 용량: 82.56㎾h
제로백: 6.7초
주행거리: 398km
이제 달려볼 차례다. 시승구간은 서울 동부부터 경기도 남양주까지로 왕복 약 40km를 주행했다.
올 2분기 출시한 씰(Seal)이 다소 높은 가격으로 부진한 판매량을 보였던 탓인지, 씨라이언은 싱글모터에 후륜구동으로 스펙과 가격을 낮춰 출시했다.
그럼에도 주행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일상 주행을 할 경우 에코모드로도 답답함이 전혀 없었고, 스포츠모드로 주행할 경우 페달을 밟았을 때 몸이 뒤로 붙는 지포스(G-force)도 느낄 수 있었다.
회생제동을 낮게(스탠다드)로 걸어놓으면 페달에서 발을 뗀 뒤에도 묵직하게 항속하는 전기차 특유의 주행감성을 느껴볼 수 있었다. 물론 NCM배터리에 듀얼모터를 장착한 차에 비교할 순 없지만 동급 스펙에서는 상당한 힘이라고 느껴졌다. 셀투바디(CTB) 형식으로 배터리 밀도를 높인 것이 체감됐다.
급하게 차선을 차선을 변경하거나 시속 70km 이상에서 코너링을 할 때의 핸들링도 안정적이었다. 4륜구동이 아니기 때문에 약간의 차체 흔들림은 어쩔 수 없지만, 일상 주행에서 필요한 퍼포먼스는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신체능력을 가졌다고 느꼈다.
승차감은 고급차와 비교해서는 당연히 떨어진다. 노면의 소음과 질감을 어느정도 필터링해주지만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쏘렌토, 싼타페, 아이오닉5 등 국내 베스트 중형 SUV와 비교해서 승차감이 크게 뒤떨어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다만 미세한 디테일에서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있었다. 가장 불편했던 건 운전석 디스플레이로 네비게이션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HUD도 없이 메인 디스플레이에서만 네비를 봐야 하기 때문에 필요시에도 다른 메뉴로 진입하기가 부담됐다. 한번 클릭으로 바로 네비로 돌아올 수 있는 버튼이 없다는 점도 다소 불편했다.
창문이 닫힐 때는 끝까지 부드럽게 닫히지 않고 프레임에 다다라 한번 '멈칫'하는 구간이 있었다. 이건 뽑기를 잘못한 것일 수 있으니, 구매를 위해 시승을 한다면 다양한 부분의 마감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오디오 사운드 품질은 훌륭한 편이었으나, 음량을 30%로 설정해도 다른 차에서 60% 이상으로 설정한 듯 음량이 컸다. 소프트웨어에서 약간의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또 통상 핸들에 부착된 음량조절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일시정지 되지만 이 차는 단순 '음소거' 기능만 한다. 음악이 꺼진 줄 알았다가 10곡이 넘게 재생되고 있었다는 걸 알고 당황스러웠다. 음악을 일시정지하려면 핸들이 아닌 콘솔에 있는 음량조절 버튼을 눌러야 한다.
BYD 씨라이언7은 꽤 가성비가 보장된 모델이라고 느꼈다. 디자인, 주행성능, 승차감 등 여러 능력치가 고르게 분포돼 있다. 하지만 중형 SUV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세그먼트인 만큼, 동급 경쟁 전기차가 빼곡히 포진하고 있다. LFP 배터리 기반의 씨라이언7이 국내에서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씨라이언7의 출고가는 4490만원이며 아직 보조금은 책정되지 않았다. 예상 보조금은 180만원 정도로, 보조금 확정 전 차량을 구입하는 고객은 해당 금액을 BYD로 부터 지원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