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해외사업 지배구조 '시험대'…해결책은?
베트남 법인 횡령 여파…해외 점포 내부통제·현지 준법 리스크 부각 표준화·전산화·현지화가 해법…권한 분리·기록 감시·업무연속성(BCP) 실효성 점검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신한은행의 해외 사업 지배구조와 관리 체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베트남 법인에서 발생한 횡령 사실이 공시되면서, 해외 점포·법인의 내부통제와 본점 관리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동남아 현지에서 불거진 이상거래·사고 사례가 업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신한은행의 대응력이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신한베트남은행에서 현지 채용 직원이 자금을 빼돌린 사안이다. 공시에 따르면 범행은 2023년 3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이어졌고, 규모는 약 37억4880만 원으로 파악됐다. 은행은 내부 점검으로 정황을 포착한 뒤 현지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경위 파악과 손실 최소화 절차에 착수했다. 손실 확정액은 수사 진행과 회수·보험 처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해외 지배구조 부담은 개별 사고를 넘어 구조적 과제로 번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들어 해외 법인·지점에 대한 현장검사와 행정조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업권 전반에서 제재가 늘었다. 이 과정에서 신한은행 일부 해외 점포가 ‘경영유의’ 등 조치를 받았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현지 규정과 본점 내부 규정 사이의 회색지대가 통제 공백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영유의’는 과태료나 영업제한 같은 징벌적 제재라기보다 취약 부문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 경고다. 그럼에도 반복되면 평판과 감독 리스크가 누적되고, 추가 검사나 정밀 점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타행 해외 지점에서 유동성 지표와 업무연속성계획(BCP) 관리 미흡이 적발된 사례는 해외 점포의 기본 통제 항목이 당국의 핵심 점검 대상임을 보여준다. 신한은행에도 타산지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의 원인으로는 ‘업무 분리 원칙’ 미준수, 업무 기록(접속·처리 기록) 감시 부족, 승인 이중화 체계 미비 등이 거론된다. 현지 채용 인력이 핵심 절차에 과도하게 접근하거나, 승인·정산·회계가 한 사람 또는 한 부서에 집중되면 탐지의 촘촘함이 떨어진다. 정기·수시 감사에서 샘플 추출과 경보 기준이 현업 흐름에 맞게 조정되지 않으면 이상 신호를 놓치기 쉽다.
본점과 현지 조직 간 ‘표준–현지화’의 균형도 관건이다. 본점은 최소 통제 수준과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되, 각국의 규정·회계·관행에 맞춰 세부 절차를 현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리스 회계, 무역금융 서류 검증, 비상 시 대체 채널 가동 등은 계약–회계–공시–감사를 잇는 자동 통제 고리를 마련해야 누락을 줄일 수 있다. 막판 결산·감사 단계에서야 오류가 드러나면 대응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리스크 지표의 ‘전산화’도 시급하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과 순안정자금조달비율 같은 핵심 지표의 계산과 한도 관리, 조기 경보 체계를 시스템에 내재화하고, 데이터 원천–집계–보고 과정을 자동화해야 한다. 수기 엑셀에 의존하면 오류·지연·누락 위험이 남고, 시차·언어·인력 교체에도 취약해진다. 이는 감독당국이 반복해서 지적해 온 사안이다.
업무연속성계획의 실효성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해외 점포는 정전·통신 두절, 지정학적 변수, 현지 감독요건 등 국내와 다른 상황에 직면한다. 국가별 위기 시나리오, 대체 업무 라인, 의사결정 권한 배분, 모의훈련 주기를 ‘계획–실행–점검–개선’의 순환 구조로 돌려 실제 작동성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무역금융, 현금성 업무는 모의 침투 점검팀을 통한 점검과 현장 훈련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평판과 감독 리스크의 전이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베트남 법인의 사고 금액은 그룹 재무 규모 대비 제한적일 수 있으나, 같은 지역이나 인접 지역에서 유사 유형이 반복되면 ‘해외 영업망 전반의 통제 부실’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최근 국내 은행 여러 곳에서 동남아 현지 법인·지점 사고가 연이어 공시된 점도 이런 우려를 키운다.
결국 해법은 ‘보이는 재발 방지’다. ▲업무 분리와 이중 승인 고정화 ▲업무 기록 상시 수집과 규칙·모형을 결합한 이상 탐지 ▲감사 주기 단축과 표본 확대 ▲내부 제보 채널 신뢰 회복 ▲현지 임직원 윤리·보안 교육 의무화 등을 일정표·책임부서·핵심 성과 지표와 함께 공개해야 한다. 일정 기간 무사고 기록, 회수율·지표 개선 추세 같은 정량 성과가 확인되면 평판 리스크는 완화될 수 있다.
감독 환경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당국은 해외 법인·지점에 대한 출장검사와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은행권 전반의 해외 내부통제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제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개선 계획과 이행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당국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신뢰 회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종합하면, 신한은행의 해외 지배구조 부담은 개별 사고의 크기와 무관하게 ‘표준화–전산화–현지화’ 세 축의 정렬 문제로 귀결된다. 베트남 법인 사고를 계기로 통제 체계를 재설계하고, 그 결과를 대외적으로 가시화하면 확장 중인 해외 영업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반대로 개선 속도가 더디면 평판과 감독 리스크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측정 가능한 개선이란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