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이재명 대통령, 노란봉투법 공포 "노조 자녀 특채, 불공정 대명사"...자동차·조선 등 후폭풍
-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서 노사 '공정 경쟁' 강조 - 현대차 임단협 타결...기아, 한국GM 등 갈등 지속 - 중형 조선사 등 하청 노동자 많아 향후 분쟁 가능성
관세전쟁을 비롯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하면서 '기업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글로벌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친노조' 입법이 잇달아 강행 처리 되면서 '노조 리스크' 위기감이 기업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대내외 경제 위기 속에서 바람직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연중 기획으로 지속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조합원 자녀에 대한 우선 채용권 부여 논란을 두고 "불공정의 대명사 아닌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공포에 맞춰 노동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기업과 노동 분야 양쪽의 '공정 경쟁'을 강조한 것이다. 노란봉투법 시행이 가시화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물론 조선 업계 등에서도 하청 업체와 직접 교섭에 나설 경우 임금 인상 압박, 시장 경쟁력 약화 등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로 진행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극히 일부의 사례라고 믿지만 최근 노동조합원의 자녀에게 우선 채용권을 부여하려 한 것을 두고 논란이 됐다는 보도를 봤다"며 "힘이 있다고 해서 현직 노조원의 자녀를 특채하는 규정을 만든다면 다른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노조원 자녀 특혜 논란은 최근 KG모빌리티 노조가 기술직 직원이 퇴사하게 되면 그 직원의 자녀를 특별 채용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노조 안팎의 반발로 백지화됐던 일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기아는 2023년 4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단체협약 조항을 유지해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고, 이후 노사가 관련 문구를 삭제·수정하며 논란을 해소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려면 공정한 경쟁이 전제돼야 한다. 공정한 경쟁은 기업뿐 아니라 노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취업 시장은 어느 분야보다도 투명한 경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과 노조, 노조와 기업은 양측 모두 국민 경제의 중요한 축"이라면서 "임금 체불이나 소홀한 안전 관리 등이 없어야 하는 것처럼 이런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노동자 측의 과도한 주장도 자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하청 노동자의 원청 교섭과 쟁의 파업 등에 의한 손해배상 제한을 골자로 한 '노란봉투법' 공포에 맞춰 나왔다. 내년 3월 10일 시행을 앞두면서 '노조 편향적'이라는 주장이 경제계에서 나오자 작심하고 노조 측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또 노조의 불공정 채용 관행 근절을 담아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 야당의 법안 발의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은 이날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위·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경제8단체 간담회'에서 "상법뿐 아니라 노란봉투법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법이 개정 되다 보니 기업들의 걱정이 많다"며 "배임죄, 경영 판단의 원칙 등 보완 입법이 우선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일준 상근 부회장, 이동근 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오기웅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선우정택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근부회장,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본부장, 정희철 한국무역협회 본부장,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본부장, 김준만 코스닥협회 본부장 등 경제 8단체가 모두 참석했다.
한편, 이날 현대자동차 노사는 기본급 10만원 인상을 골자로 하는 임금 및 단체협약 안에 잠정합의했다. 잠정합의안에는 ▲월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급 450% + 1580만원 ▲주식 30주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등이 담겼다. 또 통상임금을 일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날 21차 교섭을 통해 잠정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현대차 노조는 7년 간의 무쟁의 교섭 기록을 깨고 지난 3일부터 부분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현대차 울산 5개 공장 생산라인이 모두 멈췄다.
앞서 노조는 신사업을 개시하거나 해외에 부분조립생산(SKD) 공장을 증설할 때도 노조에 통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단체협약에 넣자고 사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사측이 해외 완성차 공장이나 반조립공장(CKD)을 신·증설할 때 설명회를 열었는데 그 범위를 SKD로도 넓히자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쟁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의 결정'을 포함한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말이 나왔다.
자동차 업계는 벌써부터 노란봉투법 영향권에 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α 인상, 주 4일제 도입, 통상임금 관련 특별위로금 2000만원 등을 제시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4년 연속 무쟁의 타결을 이어가고 있지만 올해는 그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기아 노조는 수소차와 로봇 등 신사업을 국내에서 추진하고, 수소차·전기차·거리연장형전기차(EREV) 등 미래형 친환경차 핵심 부품을 생산·조립하는 공장을 국내에 신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래 일감 확보와 고용 안정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한국GM 노조는 직영 정비센터 9곳과 부평공장 유휴부지 매각 방침 철회를 비롯해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순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19일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이달 들어서는 1일부터 3일까지 하루 4시간씩 파업을 벌였고, 4일에는 6시간 가량 공장 가동을 멈췄다.
정부는 최근 잇따른 파업 사태가 노란봉투법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노조의 교섭·쟁의 범위가 무한정 확대되면서 '파업공화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아울러,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하청 근로자 의존도가 큰 중형조선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형 조선 업체 입장에서는 하청업체 근로자의 직접 교섭 요구가 본격화할 경우 임금 인상 부담 등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과 미국 간 진행 중인 조선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내 중형 조선사의 원청과 하청 업체 직원의 비율(원·하청 비율)은 1대 5를 넘는다. 가령 국내 중형 조선사인 A조선의 하청 근로자는 2670명으로 원청 생산직 근로자(약 500명)의 5배가 넘는다. 현장 직원이 300명가량인 B조선도 하청 직원이 1500~1900명 정도로 추정돼 원·하청 비율은 1대5 정도 수준이다.
만약 이러한 중형 조선사들이 하청 노조와 직접 교섭을 할 경우 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당장 적자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 증가된 인건비를 제품 가격에 전가해야 하는데 시장 경쟁력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중형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은 중형 컨테이너선과 중형 탱커선인데 시장에서 중국 조선사에게 밀릴 수 있다.
이밖에도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들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대응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