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만의 산업-에너지분리, '기회'인가, '리스크'인가

- 32년 만의 산업-에너지 분리…야당·업계 "경쟁력 약화" vs 시민단체 "거버넌스 개선" 엇갈린 평가 - 금융권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 기대 속 '정책 분산' 우려 - 기후대응기금 일원화는 긍정·원전 수출 분리는 우려…전담부처 신설 찬반 팽팽

2025-09-08     나아영 기자
윤호중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정부와 여당이 7일 확정한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둘러싸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생태계 활성화 기대와 정책 일관성·산업 경쟁력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32년 만에 산업정책과 에너지정책이 분리되면서 녹색금융 확대와 기후정책 일관성에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지만,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8일 금융업계에서는 새 부처 출범을 계기로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발표한 리포트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이 가시화되면서 재생에너지 연간 시장이 현재 3GW에서 7~10GW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정책 중심이 전통 에너지원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역사적 모멘텀"이라고 분석했다. 한병화 애널리스트는 "전담 부처가 확정되면 국내 재생에너지 연간 설치량이 현재 약 3GW 수준에서 7GW 이상으로 확대되고, 2030년 내 연간 10GW까지 늘리는 방향의 정책 목표가 세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전날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기후위기, AI 대전환 등 복합 문제를 다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 부처 기능을 효율화하겠다"며 "일관성 있고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 추진을 위해 환경부와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통합한다"고 설명했다. 기후대응기금과 녹색기후기금이 기획재정부에서 새 부처로 이관되며,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개편돼 기능이 강화된다.

새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담당하던 에너지 정책을 이관받아 전력·재생에너지 정책과 원전 산업 육성을 담당하게 된다. 다만 자원산업 및 원전 수출 기능은 기존 산업부에 남겨둬 에너지 정책이 두 부처로 분산되는 구조가 된다. 이창규 행정안전부 조직국장은 "탄소배출 감축 규제의 틀을 확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등 그린산업 육성을 동시에 집행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서 "원전 수출은 산업부, 다른 모든 건 환경부로 찢어발겼다"며 "결국 죽도 밥도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도 "에너지·자원의 총괄적인 정책 컨트롤타워가 분산되는 것 아닌가"라며 "에너지 안보가 중요한 나라에서 이 문제가 소홀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에너지 패권 경쟁 시대에 산업 경쟁력의 핵심인 에너지를 규제 부처인 환경부로 이관하는 것도 큰데 자원과 원전 수출은 또 산업부에 남긴다니, 산업 현장과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절반의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논평에서 "재정 운용 일원화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기존 환경부 확대 개편에 그쳐 기후·에너지 정책 통합 취지가 약화됐다"며 "부처 신설은 상징성과 거버넌스 틀 구축인데, 둘 다 놓쳤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국회에서 "반대 의견을 분명히 제시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는지에 대한 우려를 누구보다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산업적인 부분은 계속 산업부가 관련할 수밖에 없고, 관련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국내 ESG 투자 활성화에 미칠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유럽의 재생에너지, 전기차, 중국의 그린산업 전반, 미국의 재생에너지 등 성공한 그린산업 뒤에는 규제와 육성이 동반됐다"며 "스마트한 규제가 기업들의 혁신과 투자 동인을 제공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이를 가속화시키는 것이 글로벌 그린산업 성장의 표준이 된 지 오래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9월 금리 인하 재개 가능성과 함께 재생에너지 업계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한 후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르면 이달 중 출범시킬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이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과 정책 일관성에 기여하는 가운데, 향후 관련 부처 간 협력과 조정이 정책 성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