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주주 美 셰브런 "한국 석유화학에 대규모 투자"…정유·석화 구조조정 향방 주목

美 셰브런 사장 발언, 한국을 투자처로 지목했다는 해석 나와 LG화학·GS칼텍스 NCC 통합 논의에 영향 미칠지 주목

2025-09-09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미국 오일 메이저 셰브런이 한국의 정유 및 석유화학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GS칼텍스의 지분 절반을 보유한 셰브런이 직접 투자 의지를 드러내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과 맞물려 업계 재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셰브런의 국제 다운스트림 부문 사장 브랜트 피시는 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석유회의에서 “한국처럼 우리가 석유화학과 중유 (설비) 업그레이드에 대규모를 투자를 하는 곳들도 있고, 이곳 싱가포르의 정유공장처럼, 그런 큰 투자 대신 자본 성장을 통해 대부분의 (가격 등락) 사이클에서 더 나은 수익을 거두기로 선택한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셰브런은 셰브런 홀딩스(40%)와 셰브런 글로벌 에너지(10%)를 통해 GS칼텍스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이 때문에 피시 사장의 이번 발언은 합작사인 GS칼텍스를 매개로 한국 정유 산업에 본격적인 투자 확대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셰브런의 움직임은 현재 진행 중인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지난달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들에 연내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며,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을 연간 270만~370만톤 줄일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업계 전반에서 정유사와 석화사의 수직적 통합 논의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LG화학

실제로 LG화학과 GS칼텍스는 여수 산업단지를 거점으로 NCC 통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이 운영 중인 연 200만톤 규모의 NCC 공장을 GS칼텍스에 매각하고, 양사가 합작법인을 세워 공동 운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GS칼텍스가 보유한 연 90만톤 규모의 혼합원료분해시설(MFC)과 물류·유틸리티 인프라를 결합할 경우, 원가 절감과 시너지 효과가 즉각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유사와 석화사의 통합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납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료비 비중이 제조원가의 80%에 달하는 석유화학업 특성상, 정유사와의 수직 계열화는 생존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셰브런의 투자 의지는 단순한 자본 확충을 넘어 구조조정 국면에서 GS칼텍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실제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절차가 많다. NCC 자산가치 평가에서 LG화학과 GS칼텍스의 입장이 엇갈릴 수 있고, GS칼텍스의 주요 주주인 셰브런 본사의 승인도 필요하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와 감산 공동행위 인가 등 규제 당국의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이 강력한 만큼 주요 기업 간 통합 논의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셰브런이 투자 의지를 드러낸 것은 GS칼텍스가 향후 재편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