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듀레이션 진단] KB증권, 빠른 잔고 확대 속 유동성 지표 부담
한국투자증권 이어 잔고 2위, 발행한도 80% 수준 지난해 조정유동성비율 100% 이하로 떨어지기도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 기자] 빠른 시간에 발행어음 규모를 늘려온 KB증권의 유동성 지표가 심상치 않다. KB증권은 현재 발행어음 잔고 기준 1위인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2위(10조5000억원)을 달리고 있다. 다만, 단 기간 벌크업을 진행하면서 관련 유동성 지표가 악화되는 모양새다. 패스트팔로어 리스크가 점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올 2분기 말 기준 발행어음 잔고액 10조5222억원으로, 1위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약 18조원)에 이어 잔고 2위를 달리고 있다. 자기자본의 200%를 한도로 하는 발행어음의 비중은 한도 대비 약 78.23% 수준으로 한국투자증권(85%)에 근접하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발행할 수 있다.
KB증권의 발행어음 증가세는 가파르다. 2019년 첫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를 획득한 이후 빠르게 벌크업을 시도했다. 2021년 말 4조4751억원 수준이었으나 이듬해 3조원 가량을 늘리면서 규모를 대폭 확대(7조2494억원)했다. 2분기 말 현재 10조5222억원 수준이다. 약 4년 만에 2.35배 불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 역시 2배 이상 발행어음 규모를 확장했다.
발행어음 시장 내에서 KB증권의 입지는 1위 사업자의 뒤를 빠르게 쫓는 '패스트팔로어'로 평가된다. 미래에셋증권(8조307억원)과 NH투자증권(7조932억원) 역시 같은 기간 2배 이상 발행어음 잔고를 늘리며 마케팅을 강화했지만, 4대 발행어음 사업자 IB중 자기자본 대비 비중의 그래프를 급격하게 끌어올린 하우스는 단연 KB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한도 대비 39.12%, NH투자증권은 48.94%에 불과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이 오면서 금리 수준이 크게 떨어진 것을 기점으로 공격적으로 발행어음 잔고를 늘렸는데, 자기자본의 한도가 한투 대비 크지 않기 때문에 빠른 기간에 발행한도 수위에 다다랐다"면서 "올해 말 신규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를 받은 IB들이 다수 등장해 경쟁이 격화될 경우 증자를 통한 잔고 확대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업이 주업이기 때문에 공격적 증자를 통한 IMA(종합투자계좌) 신규 진출 등의 시도를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IMA 시장 진출 요건 중의 하나는 자본총계 8조원 이상의 대형 IB다. KB증권은 여기에 약 1조3000억원 가량 모자란 상황이다.
실제 KB증권의 발행어음 마케팅은 1위 사업자 못지 않게 공격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2023년 한 해에만 2조3000억원 이상을 늘리면서 단번에 10조원 수준에 근접했다. 은행업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만큼 일선 지점 창구나 앱(app) 등을 통해 발행어음의 안정성을 강조, 고액자산가와 예금 고객 등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고객자 수를 확대했다. 예금 고객을 발행어음 고객으로 전환하는 크로스셀링 방식이다.
1년물 발행어음 금리 수준은 한국투자증권(2.9%)에 거의 근접한 2.8% 수준이다. 적립형의 경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4.35%) 대비 낮은 4.0% 수준이지만, 스텝업 방식으로 투자 기간이 길면 금리가 높아지게 설정해 판매한다. KB증권의 강점으로 평가받는 외화 발행어음은 미 달러화 기준 4.10%(6개월 및 1년 만기) 수준이다. 타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안정상품 임을 강조한다.
짧은 기간 동안 발행어음 잔고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고위험 익스포저 비중이 커진 점은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올 1분기 기준 KB증권의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자기자본의 약 54% 수준에 달한다. 발행어음 자산 투자 규모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회수 지연에 따른 듀레이션 미스매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 시행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과정에서 관련 채무보증 중 약 7500억원이 요주의이하여신으로 분류된 바 있다. 다만 KB증권 측은 부동산 PF와 발행어음 자산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발행어음 등 미스매치 차입부채의 리스크 지표인 비매칭차입부채는 2021년 말 8조4634억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늘어 올 2분기 말 22조1651억원 수준으로 불었다. 4년 새 2.61배 늘었다. 발행어음 총량이 늘어난 탓이 큰데, 미스매치에 대응하는 유동성 지표인 조정유동성비율 역시 경쟁사들 대비 악화된 모양새다.
조정유동성비율은 유동성자산을 '유동성부채+채무보증'으로 나눈 값으로, 유동성 건전성 지표다. 100% 이하면 관리에 주의가 필요한데, KB증권의 경우 올 2분기 말 101.5%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말에는 조정유동성비율이 100% 이하인 97.6%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08.6%, 미래에셋증권은 104.9%, NH투자증권은 108.2% 수준이다. 우발부채에 대비한 유동성 지표인 우발부채/유동성갭(%) 역시 91.4% 수준으로 가장 높다. 타 경쟁사는 30~60% 대다.
이와 관련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조정유동성비율이 100% 이하로 내려갔다는 건 유동성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시그널"이라며 "KB증권의 경우 2022~2023년 공격적으로 발행어음 잔고를 늘린 이후 2024년 부동산 PF 건전성 제고 이슈로 인해 차환 목적의 레버리지를 확대했을 뿐 현재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KB증권 관계자는 "타사 대비 발행어음 비중이 높긴 하지만 위험자산 편입기준이 높지 않아서 공격적으로 운용해 왔다고 볼 순 없다"면서 "꾸준히 단기물, 채권 등 유니버스 안에서 발행어음 자산을 투자했으며, 부동산 PF는 보증한도와 관계가 있을 뿐 발행어음 자산과는 연관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