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듀레이션 진단] 신평사 경고에도…한투·금감원 '관리 가능' 낙관론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잔액 18조 육박…자본 대비 업계 최고 수준 신평사 "단기간 조달 부담 확대되면 위험 요소" 한투, "구조적 한계로 불가피"...금감원, "별도 점검 안해"

2025-09-02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초대형IB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의 발행어음 잔액이 급팽창하는 가운데, 신용평가사들이 경고해온 '듀레이션(만기) 미스매치' 리스크 현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신평사 지적과 달리 발행어음 업계 1위인 한국투자증권은 "구조적 한계일 뿐 관리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감독원 역시 "현행 규제 틀 내에선 문제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이런 태도를 두고 감독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2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2021년 말 8조3719억원에서 2025년 6월 말 17조972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2017년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이후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을 키운 결과다. 현재 자기자본 대비 200%까지 발행 가능한 규정상 한도(약 21조원)에 근접했으며, 추가 조달 여력은 약 3조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4365억원→8조307억원), NH투자증권(3조4431억원→7조8658억원), KB증권(4조4751억원→10조5222억원)도 발행어음 규모를 빠르게 늘렸지만, 한국투자증권과 비교하면 절대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종합투자계좌(IMA) 인가 신청까지 마쳤다. 9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이 1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하반기 순이익까지 감안하면 연말에는 12조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IMA 인가와 자본 확대로 발행어음을 포함한 레버리지 운용 한도가 확대될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급팽창한 발행어음의 운용 구조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리포트에서 "발행어음 조달만기는 1년 이내로 자산부채 만기 미스매치 운용위험(차환위험)이 상승하고 있다"며 "비매칭 차입부채 비중이 2020년 말 23.3%에서 2024년 말 36%로 확대돼 자기자본 대비 3배 수준에 달하며, 이는 경쟁사 대비 월등히 높은 수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발행어음 자산 내 기업금융 익스포저가 2020년 말 5조1000억원에서 2025년 6월 말 10조7000억원으로 두 배 늘며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인수금융의 경우 담보 자산 가치 변동성이 높고, 기업금융은 피투자기업 실적에 따라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어 credit event 발생 시 손실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만기 1년 이하 상품이라는 구조적 특성상 자산·부채 간 만기 미스매칭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운용자산에 문제가 생길 경우 단기간에 조달 부담이 확대돼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자본 대비 발행어음 조달 규모가 업계 최고 수준에 이르러,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현재의 유동성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따라서 구조적 한계를 전제로 하더라도 운용자산 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신평사의 지적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은 구조적 한계를 이유로 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장 구조상 1년물 회사채 발행이 거의 없고 신규 발행도 대부분 3년물 위주라 듀레이션을 1대1로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국채·은행채는 유동성은 높지만 금리가 낮아 편입 시 역마진이 발생하기 때문에 결국 수익성을 고려하면 회사채 중심 운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물도 일부 편입해 평균 만기 기준으로는 미스매치가 크지 않다"며 "발행어음은 원리금 보장 상품이므로 의도적인 과도한 리스크 테이킹은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역시 별도 경고 신호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발행어음을 따로 떼어 점검하지 않고 전체 유동성 규제 틀 안에서 관리한다"며 "현재까지 발행어음 유동성에 문제 보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제도적 허점이 드러난다면 규제 틀 자체를 바꿔야 할 사안"이라고 언급하며 "지적된 부분은 추가로 들여다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