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은행, 지역은행 탈피...'디지털 뱅크' 전환 속도

2025-08-29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제주은행이 디지털 전환을 앞세워 ‘지역 기반 은행’에서 ‘혁신형 디지털 뱅크’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오는 28~29일 제주에서 열리는 ‘2025 신한금융 애널리스트 데이’를 통해 중장기 전략과 함께 제주은행의 디지털 전환 청사진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29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대거 참석해 국내외 애널리스트들과 직접 소통한다.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함께 제주은행의 디지털 뱅크 전환 사업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제주은행은 올해 들어 더존비즈온과 손잡고 내년 상반기 ERP 뱅킹 사업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측은 제4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구성도 검토했지만, 결국 ERP 뱅킹으로 방향을 정했다.

고석헌 신한지주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ERP 뱅킹 시장 규모는 1조5000억~2조원으로 본다”며 “중장기적으로 단기 기업대출, 임베디드 뱅킹으로 확장하고 성과가 검증되면 기업 종업원 대상 금융 서비스로도 넓힐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RP 뱅킹은 기업 회계·자금·세무 관리 시스템과 은행 서비스를 연동해 자동화·효율성을 높이는 솔루션이다. 제주은행은 신한지주 차원에서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일부 금융기관과 핀테크 업체 위주로 제공돼 왔으나, 제주은행이 본격 참여하면서 기업금융 시장 내 디지털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서비스가 본격 시행되면 제주은행이 지역 한정 은행에서 벗어나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진 회장이 강조하는 ‘미래 금융 전략’의 핵심이 디지털화와 데이터 기반 경영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계열사 혁신 성과를 그룹 전체의 시너지로 묶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제주은행은 이 과정에서 선도적 모델이자 실험무대 역할을 맡는다. 제주은행의 성패가 곧 신한금융 디지털 전략의 진척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더불어 최근 디지털 영업부를 새로 신설해 디지털 금융 서비스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 금융 중심, 점포 위주 영업에서 벗어나 모바일·인터넷뱅킹을 앞세운 비대면 거래를 확대하고, MZ세대 등 디지털 친화적 고객층 확보를 노리고 있다. 제주라는 지역 특성을 살리면서도 전국 단위 경쟁이 가능한 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방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AI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최근 ERP 뱅킹 사업단 내에 AI 조직을 별도 구성하고 전문 인력 채용을 마무리했다. AI 기반 서비스 개발과 운영을 통해 디지털 전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주은행의 디지털 뱅크 전환은 단순한 변신이 아니라 신한금융의 미래 전략을 시험하는 모델 케이스”라며 “제주은행이 디지털을 매개로 전국 단위 경쟁에 뛰어드는 순간, 금융업계의 경쟁 구도는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