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폴스타4, 테슬라 안부러운 미래차의 정석...옥의티는 애교로
현존하는 가장 고급스러운 EV 육중한 체구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주행감 혁신적인 내부 인터페이스와 기능들, 호불호 포인트는 존재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차에 별 관심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 중 폴스타를 한 눈에 알아보는 사람은 드물다. 폴스타 예비 차주들이라면 차를 뽑고 몇 달간은 '이건 무슨 차야?' 라는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야 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래도 비싼 돈 주고 사서 싸구려라는 오해를 받을 일은 없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외관에서 부터 풍기는 아우라가 대단하다. 폴스타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디자인과 인터페이스에 눈이 휘둥그레질 수 밖에 없다.
테슬라에서 한발 더 나아간 실험적인 인터페이스와 조금 낯선 북유럽 감성의 디자인. 마주치면 순간 뒤돌아볼 수 밖에 없는 희소성. 폴스타는 일단 도로에 달리는 것 만으로도 자연스럽게 홍보가 된다.
그런데 어른들이 얼굴보고 결혼하면 안된댔다. 얼굴 뜯어먹고 사는 거 아니라고. 한 번 사면 못해도 5년, 6년은 동고동락해야 하는 차의 성능과 실용성은 어떨까?
시승차를 받고 우선 주차장에 넣어둔 뒤 든 생각은 '진짜 크다'였다. 분명 준대형 세그먼트라고 알고 있었음에도 처음 공터에서 마주했을 때에는 그렇게 크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날렵한 앞코와 스포티한 바디라인 때문에 차가 혼자 있으면 그냥 예쁜 디자인만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후면주차를 하면서 주차 라인에 차가 꽉 들어차는 것을 보며 적잖이 당황했다. 공교롭게 옆에 현대 팰리세이드가 있었는데 한 눈에 보기에도 폴스타4의 폭이 확연히 컸다. 폴스타4는 전폭 2139mm로, 팰리세이드와 카니발보다도 널찍하다. 실내 공간도 당연히 압도적이다.
어차피 시트를 조정해야 하는 운전석에서는 그 체감이 약하지만, 2열은 마치 거실 소파에 앉은 듯한 넉넉함과 편안함을 준다. 고급스러운 시트와 전자식 루프 글래스 등 전반적인 내부 구성이 훌륭해서 마치 초상위 트림의 테슬라를 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요즘 전기차들의 추세가 그렇듯, 폴스타4도 시동 버튼이 없다. 스마트키를 가지고 가까이 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차에 타는 즉시 출발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내릴 땐 문 손잡이를 한번 툭 쳐주면 알아서 시동이 꺼지고 잠긴다. 다만 멀리서 누군가에게 차문을 열어주거나 트렁크를 열어줄 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우선 운전하기 전, 모든게 신식인 폴스타의 내부 구성에 좀 적응해야 한다. '익숙한 위치에 다 있겠지'라고 생각해 급하게 출발했다간 도로에서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폴스타4는 거의 모든 물리버튼이 사라지고 디스플레이 안에서 조정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심지어 사이드미러 조정과 조수석 글로브박스를 여는 기능도 디스플레이 안에 있다.
비상등 위치도 기억해야 한다. 비상등은 조명과 함께 천장 백미러 바로 앞에 있다. 이걸 파악 못하고 출발했다가 끼어들기 한 후 뒷차에 감사인사를 못한 적이 있다. 도로에서 매너 깜빡이를 안키는 폴스타는 차를 산지 얼마 안된 뉴비일 수 있으니 한번 용서해주도록 하자.
사실 평소 물리버튼이 없는 차량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디스플레이를 이리저리 조작하다가 운전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시승해봤던 차량들 중 물리버튼을 없애서 더 나은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사례는 별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폴스타는 좀 달랐는데, 15인치가 넘는 넓은 화면이 한 몫했다. 화면이 넓다보니 글씨가 큼직큼직하고 시인성이 좋다. 메뉴 구성도 직관적이어서 보자마자 내가 필요한 메뉴가 어디에 있는지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또 자주 사용하게되는 공조 버튼이 화면 하단에 고정돼 있어서 메뉴를 찾느라 투스텝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게 가장 좋았다. 사실상 물리버튼이 있는 거나 다름없는 구성이었다. 이렇게 디스플레이에 모든 것을 '몰빵'한 경우 터치 감도가 매우 중요한데 폴스타의 경우 아이패드 수준의 민감도를 갖췄고, 반응도 빨랐다.
평소 물리버튼이 없는 차를 싫어하는 또 다른 이유는 네비게이션을 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게 필요해서 디스플레이를 만지면 네비가 사라져서 또 다시 네비 메뉴로 급하게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폴스타는 운전석 디스플레이에서 계속 네비 안내가 나오고, HUD도 큼직한 글씨로 시인성이 상당히 좋아서 메인 디스플레이에까지 굳이 네비를 켜둘 필요가 없었다. 네비게이션도 T맵 기반이라 보기에 편했음은 덤이다. 이 정도는 돼야 물리버튼을 없애고 '돈 아꼈다'는 평가를 듣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한가지 의아한 건 콘솔 중앙에 크게 자리한 오디오 버튼이었다. 굳이 오디오 버튼을 이렇게 크게 여기에 위치시킬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들었다. 핸들 어딘가에 작게 넣었어도 됐을텐데.
버튼 디자인이 그렇게 예쁜 것도 아니라서 굳이 물리버튼을 다 없애가며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한 노력이 퇴색되는 느낌을 받았다. 콘솔박스도 작아서 버튼이 있는 자리에 오히려 지갑 등 소지품을 넣을 공간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핸들에 있는 버튼도 퀄리티가 다소 아쉬웠다. 현재의 버튼은 '딸깍' 누르는 느낌으로 그다지 고급이라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조금 더 부드럽고 가벼운 터치감의 버튼이 폴스타의 품위와 어울릴 것 같다.
또 실험적인 전자식 백미러에 대해서도 평이 나뉠 듯 하다. 화질을 깨끗하지만 위치가 아쉽다. 시트를 앞으로 땡기면 백미러와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각도상 잘 보이지가 않는다. 다음 버전에서는 백미러 위치나 방식이 조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자가 시상한 구간은 서울 동부에서부터 양평까지 왕복 40km 거리로, 고속도로와 시내구간을 두루 주행해볼 수 있었다. 폴스타4는 듀얼모터 기준 544마력에 최대 토크는 686Nm, 제로백은 3.8초다. 팰리세이드만큼 크고 육중한 차가 힘까지 넘치니 운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이 난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완전히 아래에 깔려 있어서 묵직한 안정감까지 상당하다. 회생제동을 걸어놓지 않으면 엑셀에서 발을 떼도 속도가 줄지 않고 미끄러지듯 주행한다. 전기차만이 줄 수 있는 주행의 맛을 제대로 구현했다.
전폭이 넓다보니 시야가 탁 트여있다는 것도 주행의 맛을 살린다. 안전을 중시하는 볼보 계열의 차이기 때문에 A필러가 얇지는 않지만 양쪽 창문에 몰딩을 없애 다른 차에 비해 개방감이 더 뛰어나다. 여기에 파노라마 썬루프까지 '투명'으로 설정해서 달리면 통유리로 외부 풍경을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 하나 꼭 언급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오디오 품질이었다. 지금껏 타본 모든 차종 중 오디오 사운드가 단연 압권이었다. 그냥 라디오만 틀었을 뿐인데 오디오 퀄리티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고, 황급히 핸드폰을 연결해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을 땐 '귀르가즘'을 느꼈다. 1400W의 하만카톤 스피커를 장착했는데 차량 오디오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사운드가 맑고 청량했다.
전반적으로 폴스타4는 디자인과 성능 모두 현존하는 전기차 중 단연 최상위 프리미엄급이다. 그럼에도 보조금을 더하면 듀얼모터 기준 6000만원 대로, 프리미엄 차량 중에서는 저렴한 축이다. 남들 다 타는 차가 아닌 독특한 프리미엄 차량을 원한다면 폴스타4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