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전산비 전반적 증가…초대형 IB 중 한투만 감소
미래에셋·교보·신한 전산비 확대…초대형 IB 중 한투만 감소 전산비 증가에도 상반기 사고 58건…금감원 “중대사고 땐 인허가 취소”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상반기 전산투자를 확대했지만 전자금융사고는 여전히 빈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산 인프라 확충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투자 규모와 보안 성과 간 괴리가 드러나면서 업계 전반의 리스크 관리 체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중 유일하게 전산 관련 지출 감소세를 보였다.
26일 <녹색경제신문>이 한국신용평가 평가 대상에 포함된 주요 증권사 25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전산비 지출은 총 48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2.9% 늘었다.
다수 증권사가 전산비 지출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상반기 전산비가 8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5% 증가하며, 업계 최대 규모이자 증가 폭도 가장 컸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전산비는 투자비와 운영비로 나뉘는데, 최근 디지털화 추진 과정에서 고객 편의성 제고를 위해 IT 컨설팅 비용(용역비)이 늘면서 올해 전산 지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33.2%), 신한투자증권(+25.5%), 메리츠증권(+22.1%), 현대차증권(+18.0%)도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유안타증권(+15.3%), LS증권(+13.9%), DB증권(+13.5%), BNK투자증권(+12.6%), IBK투자증권(+11.8%), 유진투자증권(+11.1%), 삼성증권(+10.7%) 등도 전산비를 두 자릿수 이상 늘렸다.
부국증권(+8.5%), 다올투자증권(+8.5%), 한양증권(+8.5%), 키움증권(+7.9%), 한화투자증권(+6.0%), 대신증권(+5.1%), 하나증권(+5.0%), KB증권(+4.0%)도 증가세를 보였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 전산비로 220억원을 집행하며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일부 증권사는 전산 지출을 줄였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전산비는 2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2% 감소했다. 초대형 IB(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KB증권) 중 전산비 규모가 가장 작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공시된 계정항목만으로는 세부 수치 확인이 어렵고 회계상 시점 차이에 따라 증감이 발생할 수 있다"며 "회계상 전산비 증감만으로 전산투자 전반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시스템 안정성과 보안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증권(–8.6%), iM증권(–2.0%)도 전산비를 줄였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3월 '우리 WON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을 오픈하면서 올해 상반기 전산비로 63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산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산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사 전산사고는 58건으로, 전년 동기(40건)를 크게 웃돌았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 대형사와 중견사에서 모두 발생했으며, 고객 주문 체결 지연, 시스템 접속 오류 등으로 투자자 피해가 이어졌다.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에서는 3~4월 주문 체결 지연이 잇따랐고, NH투자증권은 잔고 데이터 오류, 메리츠증권은 미국 주식 거래 지연 사례가 있었다.
장기 추이를 봐도 증권업은 전자금융사고의 주요 진원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증권업 전자금융사고 피해액은 262억5000만원으로, 전체 금융권 피해액(294억6000만원)의 89%를 차지했다. 은행, 카드, 보험사를 모두 합친 피해 규모보다 증권사가 압도적으로 높은 셈이다. 특히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의 전산사고 건수는 같은 기간 202건으로 전체(429건)의 47%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파생상품·해외주식 등 거래 상품과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전산 시스템 부하가 커졌고, 이는 사고 발생 시 매매체결 지연이나 중단으로 곧바로 이어져 투자자 피해로 직결된다”며 “단순히 전산비 규모보다 보안 및 클라우드 활용, 모니터링 체계 강화 등 질적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전산사고가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은 중대 사고 발생 시 자본시장법에 따라 인허가 취소도 가능하다는 강경 메시지를 냈다.
이정운 금융감독원 IT검사국 팀장은 “전산사고는 전자금융거래법으로 보지만, 비대면 전자금융거래가 아닌 서비스에서는 자본시장법이 적용된다”며 “내부 시스템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면 인허가 취소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사고 발생 빈도가 높은 증권사를 고위험사로 분류해 전담 검사역을 배정하고 집중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리스크 수준에 따라 경영진 면담이나 현장검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 팀장은 “상시 감시는 IT검사팀뿐 아니라 금융투자검사 1~3국 등 전 부서가 유기적으로 나선다”며 “리스크 대응이 미흡하거나 중대 사고가 발생한 회사는 적시 검사와 엄정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