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중화 시대]① '시간'을 아껴주는 기술은 죽지 않는다

전기차는 자율주행을 담는 그릇 내연기관차가 2G라면 자율주행 전기차는 스마트폰 자율주행 기술 해외 의존 안돼, 비용 쏟더라도 기술 주권 확보해야

2025-08-25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미래는 전기차 시대'라는 굳은 믿음 하에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전기차와 배터리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그 중에서도 제조업 중심인 한국 기업들은 공장 신설과 R&D에 수십조를 쏟아부으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배팅을 했다.

전기차 개발에 투자한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LG, 삼성, SK, 포스코 등 국내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배터리 산업에 청사진을 그리며 제조 및 소재 개발에 거액을 투자한 상태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 및 충전 인프라 사업에 투자한 업체까지 합하면 관련 업계의 폭은 더 커진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예상만큼 드라마틱하게 이뤄지지 않으며 기업과 투자자들은 당황을 넘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전기차가 주류가 될 것' 이라는 큰 기조의 믿음에는 흔들림이 없는 추세다.

이에 그간의 취재를 바탕으로 '전기차 시대는 반드시 온다'고 확신하는 업계의 의견을 조명하고,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과제를 짚어본다. 

▲ 전기차는 소프트웨어를 담는 그릇, 게임체인저는 '자율주행'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대가 오기 위한 필수 전체는 자율주행의 상용화라고 입을 모은다. 바꿔 말하면 자율주행 기술이 개발되면 전기차를 안쓸래야 안 쓸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자율주행을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차에서 구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동하는 것 자체로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의 종류나 레벨마다 다르지만, 자율주행 자동차 1대를 100km 운행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60대 분량의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차 사용화의 운명을 자율주행이 틀어쥐고 있다면, 자율주행은 얼마나 상용화 가능성이 높을까? 아무리 고도의 기술이 개발된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그만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기술이 배척받기는 쉽지 않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다. 

지난 6월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EV트렌드코리아에서 인사이트허브 강연을 진행한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류가 그간 개발한 기술 중 채택된 기술과 도태된 기술이 명확하게 나뉘는데, 인간의 시간을 아껴주는 기술은 필승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자동차, 전화기, 인터넷 등 인류의 역사를 바꾼 기술은 시간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준 사례다. 시간만큼 인간에게 유한하고 귀중한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은 말 그대로 사람은 감시자의 역할만 할 뿐, 자동차가 알아서 주행을 해주는 기술이다. 레벨5까지 상용화가 되면 차주가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도 없다. 자동차가 목적지까지 갈 동안 차주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운전을 즐기는 사람이어도 자율주행의 편의성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아진다. 동료들이 출퇴근 시간 동안 업무를 처리하는데, 홀로 운전에 시간을 쏟는 셈이기 때문이다.

모빌리티 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전기차가 탄소중립, 친환경이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잡고 있지만 있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바꾸는 건 자율주행이라는 실용적인 기술일 것"이라며 "요즘 시대에 홀로 2G폰을 쓴다면 다름 사람들보다 많은 면에서 뒤쳐지지 않나? 자율주행 시대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가 그 만큼의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FSD 사다 쓰자? "산업 명줄 외국 기업에 맡기는 꼴"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자율주행 기술 발전이 중국이나 미국에 비해 속도를 내지 못하며 우려를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FSD가 개발되면 라이센스를 구매해 사용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본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전기차의 핵심인 자율주행에서 기술 주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모빌리티 산업 전반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와 자율주행을 마치 삼성폰과 안드로이드OS처럼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핸드폰OS와 자율주행의 가장 다른 점은 자율주행 회사는 전기차도 만든다는 것"이라며 "만약 우리가 테슬라의 FSD나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에 의존하게 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언제든 그들의 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율주행은 도로상황 변화, 지도 수정에 따른 OTA(원격 업데이트)가 필수인데, 국내 경쟁자 없이 해외 기업에 이를 맡기면 제대로된 사후 관리를 보장할 수 없다.

특히 국내는 휴전국가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지도 정보들이 있는데 이 같은 정보들이 유출되고, 해외 사이버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처럼 자율주행 기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내 여러 규제들이 기업들의 데이터 수집 및 연구 개발에 장애가 되고 있어, 이에 대한 논의가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