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유증 러시…적자 기업, 최대주주 책임경영 ‘실종’
최대주주 배정 물량 대비 청약 참여율 6~30% 수준에 그쳐 미참여분 만큼 투자자에 부담 전가...책임경영 원칙 어긋나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코스닥 상장사들이 잇따라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최대주주는 배정분 전액을 책임지지 않고 일부만 청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족분은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들이 떠안는 구조로 이어지면서 책임경영 논란이 불붙고 있다.
유상증자라는 명분은 회사의 자금난 해소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최대주주가 자기 몫을 줄이며 위험을 시장에 전가하는 모습이다. 유증 결정에 따른 주가 희석화 우려로 유증 공시 이후 주가는 급락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최대주주가 청약 배정 물량의 50% 이상을 소화해야 책임경영 의지가 있다고 해석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소형 위성 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는 신주 430만주를 발행해 470억8500만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수종 대표와 특수관계인은 배정분 중 6.6%만 청약하기로 했다. 지분율은 기존 18.13%에서 약 13%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연구개발과 운영자금 확보, 채무 상환 명목을 내세웠지만, 공시 직후 주가는 하루 만에 25% 가까이 폭락했다. 최대주주가 발을 빼자 시장도 곧바로 차갑게 반응한 셈이다.
이노스페이스 관계자는 "상장 시 설정된 3년 보호예수로 인해 주식 담보대출이 불가능하고 대표이사의 개인 자금 여력에도 한계가 있어 배정분 전액 청약은 어렵다"며 "따라서 신주인수권 매각 대금을 활용해 약 5% 내외 수준으로 유상증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겉으로 보기엔 참여율이 낮아 '책임 회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재무적 제약에 따른 형식적 수치이며 회사의 성장이나 주주가치 재고에 대한 의지와 책임감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엑셀세라퓨틱스 역시 최대주주 배정분의 30% 청약만 계획하고 있다. 이로 인해 15.72%였던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증자 이후 11.68%로 4.04%p 하락할 전망이다. 미청약분 70%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매각 계획이나 거래 상대방이 정해지지 않았으며,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장외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월 14일 종가 기준 3535원이었던 엑셀세라퓨틱스 주가는 공시 발표 직후인 18일 20.8% 급락한 2800원으로 내려앉았다.
코아스템켐온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대주주 김경숙 고문은 배정분의 30%만 청약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지분율은 10.60%에서 8.00%로 하락하고,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도 14.53%에서 9.03%로 줄어든다. 또한 조달 예정금액(378억원) 중 64%(243억원)가 채무 상환에 쓰일 예정인 가운데, 공시 다음날인 19일 코아스템켐온 주가는 25.5% 하락했다.
샤페론의 경우 최대주주인 성승용 대표가 배정받은 245만1611주 가운데 22% 내외(53만9354여 주)만 청약할 예정이다. 특수관계인 배우자 고현승 역시 참여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 이후 최대주주 지분율은 15.38%에서 11.09%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주가는 공시 다음날은 19일 26.7% 급락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공통적으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운영자금 확보, 시설 투자, 부채 상환 등 ‘기업의 생존’을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지만, 정작 최대주주는 절반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대주주가 배정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결국 일반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돼 책임경영 원칙에 어긋난다"며 "시장에서는 이를 대주주 조차 자금 여력이 없다는 부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여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