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계 배터리도 중국? CATL, 글로벌 프리미엄 EV 파고든다

CATL, 아우디·포르쉐·BMW 프리미엄 EV 라인에 공급 확대 한국 배터리 터전이었던 EV향 삼원계 배터리 입지 좁아져 미국의 '탈중국' 기조 이용하고, ESS 시장 공략하며 활로 모색

2025-08-21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저가형 LFP 배터리는 중국, 프리미엄 삼원계 배터리는 한국'이라는 배터리 업계 공식처럼 여겨졌던 구도가 깨지고 있다. 중국의 배터리 강자 CATL이 글로벌 브랜드에 자사의 삼원계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CATL은 아우디, 포르쉐,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에 자사 삼원계 배터리 공급을 늘리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아우디는 Q4 e-tron Q8 e-tron 등 자사 대표 전기차 모델에 주로 한국 기업의 배터리를 탑재해 왔다. 특히 아우디 간판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Q4 e-tron에는 독일 현지생산 분에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산 배터리를 탑재하며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돈독히 해왔다. 

Q4 e-tron에 적용되는 MEB 플랫폼은 폭스바겐그룹이 전기차 전용으로는 처음 개발한 상징적인 플랫폼으로, 그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주된 공급사였다.

해당 플랫폼이 적용되는 폭스바겐의 대표 전기차 모델인 ID.4의 경우, 북미 지역에서는 SK온의 배터리를, 유럽 지역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사용하며 프리미엄 전기차의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최근 폭스바겐그룹이 프리미엄 전기차 전용 PPE(Premium Platform Electric) 플랫폼을 새롭게 도입하면서 폭스바겐그룹 포트폴리오에서 CATL의 지분이 눈에 띄게 커졌다. 

PPE 플랫폼은 같은 폭스바겐그룹 산하의 아우디와 포르쉐가 공동으로 개발해 중대형 전기차에 적용된다. 올해 출시된 아우디 중형 전기 SUV Q6 e-tron과 준대형 전기 세단 A6 e-tron 모두 PPE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국내 출시분에도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폭스바겐그룹의 럭셔리 브랜드인 포르쉐도 아우디와 함께 PPE 플랫폼을 탑재하며 CATL의 삼원계 배터리를 공급사로 낙점했다. 올해 초 출시된 포르쉐 마칸EV는 CATL의 삼원계 배터리가 탑재됐으며 이후 출시 예정인 카이엔EV 역시 동일한 PPE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CATL 배터리 탑재가 유력하다. 

한 그룹 내에서 중소형 세그먼트의 '보급형' 모델에는 한국 배터리가, 중대형의 '고급' 모델에는 중국산 배터리가 주류로 탑재되며 삼원계 배터리 업계 지형도에 충격을 주고 있다.

BMW도 새로 개발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노이어클라쎄(Neue Klasse)를 개발하며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기존 BMW의 대표 전기차 라인업인 i4, i5, i7, iX에는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되며, BMW는 삼성SDI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였다. 그간 BMW가 선보였던 전기차는 모두 내연기관과 혼용하는 CLAR 플랫폼 기반으로 불완전한 전기차였다.

본격적으로 BMW 전기차 시대를 열어가는 건 노이어클라쎄 플랫폼이 완성된 이후인데, BMW는 새로운 플랫폼의 메인 공급사로 중국 기업에 우선적인 러브콜을 보낸 상태다. 

지난 2022년 BMW는 노이어클라쎄 플랫폼 개발을 선언하며, 주된 배터리 규격을 46파이 시리즈로 특정했고 이에 대한 발주를 중국의 CATL과 EVE에너지에 맡겼다. CATL이 BMW향으로 연간 공급하는 배터리 규모는 약 20GW로, 10억 유로 이상이다.

그간 꾸준히 연을 유지했던 삼성SDI는 아직 공식 공급사로 언급된 바가 없어, 삼성SDI가 EV향 매출의 한 축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중국이 굵직한 프리미엄 전기차 라인업의 공급망을 차지하면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ATL의 삼원계 기술력이 한국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업계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며 "하지만 스탠다드급도 아닌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이렇게까지 중국이 선전하면 '브랜드 이미지'까지 역전의 실마리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기업들은 울트라 하이니켈 배터리, LMR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중국 기업과 차별화를 둘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공급망을 철저히 배제하는 미국의 정치적 기조를 이용해 전기차 뿐 아니라 ESS 시장에서도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