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 vs 경영계 "공사 지연·비용 증가"

‘노동자 범위 확대’와 ‘노조 활동 보장’ 핵심, 특수·간접고용 건설노동자 권익 강화 전망 경영계, 공사 기간·비용 증가와 노사 분쟁 확대 가능성 경고

2025-08-21     문홍주 기자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21일 국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강력히 촉구하는 건설노동자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정혜경 의원(진보당)과 전국건설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 등 건설 관련 노동단체들이 참여했다.

이번 개정안은 노동자 정의를 확대해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도 사용자와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원도급사의 사용자성을 명확히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건설 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임금·근로조건 결정권을 가진 발주처·원청과의 교섭이 가능해진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건설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보장은 내란과 불법 계엄 가능성을 종식시키는 일”이라며 “환노위에서 처리한 노조법 개정안을 한 치의 후퇴 없이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명호 전국건설기업노조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쟁의권을 확보해 투쟁했지만 손해배상 소송 등 탄압이 이어졌다”며 “후퇴된 안이라도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찬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정책기획국장은 “임금과 복지를 결정할 권한은 원청에 있지만 하청업체는 적정 공사비가 보장되지 않아 교섭이 장기화된다”며 “노후 설비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원청과 직접 교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맹종환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임금 체불, 산재 책임 회피, 불법 이주노동자 고용 방조 등 원청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본회의 표결까지는 여야 간 이견이 남아 있다. 노동계는 “이미 후퇴된 안이므로 더 이상의 양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경영계는 “원청 책임을 확대하는 조항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조율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역시 산업계 반발을 의식해 속도 조절론을 내놓고 있으나, 여당 일부와 야당 다수는 개정안 통과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는 ▲원청의 사용자성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의 적용 범위 ▲노사 교섭 절차의 조정 메커니즘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보고서에서 “교섭 구조 변화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단계적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제적으로는 유럽 일부 국가와 호주, 캐나다 등에서 이미 간접고용 노동자까지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예컨대 프랑스는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원청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며, 산업안전·임금 체불 문제에 대해 원청이 직접 법적 책임을 진다. 호주는 건설·광산업에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교섭 의무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초기 도입 시 기업의 반발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장 안전사고 감소 ▲노사분쟁 사전 예방 ▲임금 체불 감소 등의 긍정적 효과가 보고됐다. 다만 교섭 구조가 복잡해져 행정·법률 비용이 늘어나는 부작용도 병행됐다.

한국의 경우, 건설업 특유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공기 단축 경쟁이 맞물려 안전사고와 임금 체불 문제가 상시화돼 있다는 점에서 원청 책임 강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경영계 우려처럼 사업 지연과 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경우, 법 시행 초기 산업 전반에 부담이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건설 업계 전문가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단순한 법률 변경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노사관계를 재편하는 기점이 될 수 있다”며 “해외 사례처럼 제도 시행과 병행해 갈등 조정 시스템, 분쟁 중재 절차, 단계적 확대 적용 방안 등을 마련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