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석유화학 구조조정 ‘대기 모드’…금융당국, 타당성 평가후 결정

- 금융위, 신용등급 연쇄 하락에 금융권 '기존여신 회수 자제' 요청 - 금융권, 30조원 익스포저 위기 관리 위해 공동 대응 나서 - 당국, 구조조정 계획 타당성 평가 후 지원 수준 결정키로

2025-08-21     나아영 기자
권대영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위원회가 21일 석유화학업계 30조원대 익스포저 관리를 위한 긴급간담회를 개최했다. 금융당국은 기존 여신 회수 자제를 요청했으며,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은 업계가 연말까지 제출할 구조조정 계획을 평가해 지원 방식과 규모를 결정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사업재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는 기존 여신 회수 등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행동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요 석유화학기업에 대한 금융권 총 익스포저는 30조원대로 단일 산업군 최대 노출 규모다. 부실이 동시 현실화할 경우 금융권 건전성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권 부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석유화학산업은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기간산업이지만,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며 "모두가 참여하는 사업재편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웨덴 말뫼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선제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석유화학업계의 재무 상황은 이미 구조적 위기 단계에 도달했다. 주요 석유화학회사 합산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1.2%를 기록하며 2023년 말 이후 손실 구간을 지속해 왔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주요 석유화학회사 합산 순차입금/EBITDA 배율은 올해 3월 말 9.8배로 집계됐으며, 2021년 말 이후 지속 상승해 채무상환능력의 구조적 악화를 시사했다.

재무 악화는 동시다발적인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신평은 올해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롯데케미칼(AA/N→AA-/S), SK어드밴스드(A-/N→BBB+/S), 효성화학(BBB+/N→BBB/N)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으며, LG화학, 한화토탈에너지스, SK지오센트릭, SK피아이씨글로벌은 등급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조정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LG화학의 연결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19조3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3조4000억원으로 4조1000억원 증가했다. 여천NCC는 이달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주주사로부터 총 3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대규모 자산매각을 통한 자구노력도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LG화학의 Water Solutions 사업 매각(1조4000억원), 롯데케미칼의 해외 법인 지분 매각(총 1조3000억원 규모), 효성화학의 특수가스사업부 매각(9200억원) 등이 이어졌지만, 부진한 영업현금창출력이 지속되며 전반적인 채무상환능력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금융기관들은 기업과 대주주의 철저한 자구노력과 책임 이행을 전제로 사업재편 계획의 타당성이 인정될 경우 채권금융기관 공동 협약을 통해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금융당국은 사업재편 계획 확정까지 기존 여신 회수를 자제하도록 요청했으며, 권 부위원장은 금융권이 "냉철한 관찰자이자 심판자, 그리고 조력자의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지난 20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석유화학업계 구조개편 방안을 발표하며 '선 자구노력, 후 정부 지원' 원칙을 명확히 제시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이 생산설비 감축, 사업재편 등에 대해 논의한 점을 감안할 때, 올 하반기 석유화학 업계 내 구조조정이 좀 더 속도감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