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여행 인사이트①] “줄줄이 나가기만”...만년 제자리걸음 ‘K-여행’의 뒷 배경
인바운드 여행객 유치 목표는 높았으나...관광객 수는 제자리걸음 지방 소도시 '매력 부족' 및 단기 흥행에 그치는 콘텐츠 지속 가능한 지역 중심 관광 체계 구축해야...K-여행 부흥의 '열쇠'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해외여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한국인의 해외 출국자 수는 약 2900만 명에 달한 반면, 같은 해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유입은 1600만 명 수준에 그쳤다. 일본이 연간 2000만 명 이상을 꾸준히 유치하는 것과 비교하면, ‘K-관광’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런 차이는 단순한 환율이나 관광지 매력도 차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문화적 접근성, 낙후된 규제 체계, 유통·플랫폼 산업과의 연결성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여행산업은 단순한 여가 산업이 아니다. 외화를 벌어들이고, 지역 경제를 순환시키며,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핵심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제대로 된 전략만 있다면 한국도 충분히 ‘관광 강국’이 될 수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국내 여행산업의 현주소를 짚고, 구조적인 개선 방향을 제안하는 [K-여행 인사이트] 시리즈를 기획했다. 산업 관계자, 현장 종사자,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지금 한국 여행산업이 놓인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3편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목표는 높았지만…실효성은 ‘글쎄’
정부는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185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1637만 명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9년(1750만 명)보다도 낮은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목표와 현실 간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반면, 일본은 같은 해 3687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며, 팬데믹 이전 수준을 훌쩍 넘겼다. 일본의 관광 수입은 자동차 산업 다음으로 높은 순위를 기록할 정도다. 이 격차는 한국 관광이 세계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 정부는 앞서 ‘Visit Korea Year 2023–2024’ 캠페인을 비롯해 지방 관광 활성화, 언어·교통 인프라 개선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실질적인 변화는 체감하기 어렵다.
특히 국내 인바운드 여행은 서울에만 집중되는 구조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2023년 기준 외국인 관광객의 80.3%가 서울을 방문했다. 지방 소도시에 대한 분산 효과는 거의 없었다. ‘서울 중심’의 관광구조가 한국 관광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소도시는 왜 매력 없을까?…‘복붙’ 관광의 한계
일본은 지방 도시마다 고유한 테마와 콘텐츠가 살아 있다. 예컨대 히로시마의 쿠니사키 반도는 순례길, 시코쿠는 사찰 순례, 홋카이도 시레토코 반도는 자연 트레킹으로 유명하다. 각 지역의 고유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여행지가 전국 곳곳에 퍼져 있다.
특히 노토 반도의 ‘슌란노사토’는 지역 농가 민박을 관광 자원화해 연간 1만 명 이상을 유치하고 있다. 단순한 숙박이 아닌 ‘삶을 체험하는 여행지’로 자리 잡은 사례다. 이처럼 일본은 지역 고유 자원을 관광 자산으로 변환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방 관광지가 일시적인 유행에만 기대는 경우가 많다. 전주·경주 등지의 십원빵, 쫀드기 등 일회성 아이템이 잠깐 인기를 끌다가 전국으로 ‘복붙’되며 정체성을 잃는다. 지속 가능한 관광 콘텐츠로 확장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처럼 전국 어디를 가도 비슷한 먹거리와 콘텐츠만 소비하게 되는 현실은 관광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 각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과 깊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구조가 K-여행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해법은 ‘계승 가능한 관광 콘텐츠’
국내 관광의 불안정한 구조는 전통의 단절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자영업이 단기 수익에만 집중하며, 가업처럼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다. 이는 여행 콘텐츠의 깊이와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배경이 된다.
히트 상품이 나오면 전국 어디서든 동일한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현상은 관광의 생태계를 파괴한다. 소비자는 ‘진짜 문화’를 경험하기 어려워지고, 지역 정체성은 점점 옅어진다. 결국 이러한 ‘반짝 흥행’은 오래가지 못한다.
해결 방안으로는 지역 중심 운영체계인 DMO(관광지역 조직)의 활성화, 지역 문화 기반 콘텐츠 발굴, 장기적 관광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DMO는 특정 지역의 관광 자원 발굴부터 콘텐츠 기획, 마케팅, 지역 주민과의 협업, 그리고 관광 인프라 관리를 총괄하는 전문 조직이다. 이러한 조직이 지역 문화 기반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장기적인 관광 전략을 수립해 운영할 때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업계에선 전문가와 지역 주민, 지자체가 협업해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단기 수익이 아닌 장기적 자산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골자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21일 <녹색경제신문>에 “지속 가능한 관광은 문화 콘텐츠가 세습되듯 지역에서 뿌리내릴 때 가능하다”며 “서울이 아닌 지역 곳곳의 정체성이 살아날 때, 진정한 K-관광이 시작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