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억 유증에 사활 건 이노스페이스…상업발사 지연·실적 괴리 부담
[증권신고서 톺아보기] 상장 후 세 번째 증자에도 적자 지속 상업발사 지연·실적 괴리로 투자자 피로도 가중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우주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가 상장 1년여 만에 또다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이노스페이스는 47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자금과 채무 상환, 시설 확충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적자 지속과 발사체 개발 지연 과정에서 상업발사 일정 차질 가능성, 실적 추정치와의 괴리 등 복합적인 부담이 겹치면서 이번 유증이 사실상 ‘사활을 건 자금 조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 후 벌써 3번째 자금 수혈 나서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노스페이스는 최근 증권신고서를 통해 신주 430만주를 발행해 470억8500만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을 밝혔다. 예정 발행가액은 주당 1만950원으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달된 자금은 운영자금 261억3500만원, 채무상환 100억원, 시설자금 100억원, 발행제비용 9억5000만원 등으로 배분된다.
2017년 9월 설립된 이노스페이스는 소형 위성 발사체 제작 및 발사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국내 민간 우주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준궤도 발사체 시험 발사에 성공하며 주목받았고, 2024년 7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상장 이후 상업발사 지연으로 수익성 개선이 더뎌지면서 현금 소진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다. 이에 작년 7월 상장(576억원 조달), 올해 3월 전환우선주식(CPS) 발행(306억원)에 이어 이번 유상증자까지 합치면 1년여 만에 1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당시 발행한 CPS는 149만860주, 전환가액 2만525원으로 당시 전체 주식의 13.7% 규모였다. 확보한 자금은 발사체 연구·제작(195억원), 고흥시험장·청주 사업장 투자(91억원), 신규 시장 개척(20억원) 등에 사용됐다.
이번 유상증자 발표 이후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실제로 공시 직후 주가는 하루 만에 24.9% 급락하며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렸다. 또한 예정 발행가액은 1만950원으로 현재 주가(8월20일 종가 기준 1만1880원)와의 차이가 약 7%에 그쳐,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조달 규모는 축소될 수 있다. 확정 발행가액은 10월 29일 산정될 예정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상업발사 성과를 내지 못하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노스페이스의 영업이익은 ▲2021년 -76억원 ▲2022년 -258억원 ▲2023년 -159억원 ▲2024년 -329억원 ▲2025년 상반기 -30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021년 -70억원 ▲2022년 -483억원 ▲2023년 -832억원 ▲2024년 -333억원 ▲2025년 상반기 -307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졌다.
매출 역시 부진하다. ▲2021년 1억327만원 ▲2022년 3억4220만원 ▲2023년 2억3143만원 ▲2024년 1471만원 ▲2025년 상반기 6억9182만원에 불과하다.
지속적인 적자로 결손금은 2021년 361억원에서 2024년 2012억원까지 불어났고, 2025년 2분기 말 기준으로는 1312억원을 기록했다. 이노스페이스는 2022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으나, 2023년 상장 이후 전환우선주와 전환상환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2024년 7월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본 확충으로 자본구조를 개선했다.
그 결과 2025년 2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은 -328.1%까지 회복돼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다만 상업발사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영업손실 누적과 현금 유출로 자본잠식률이 다시 악화될 수 있고, 자기자본 감소가 가속화될 경우 환기종목 지정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상업발사 성공 여부가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상업발사 지연 리스크...실적 추정치와의 괴리 확대
이노스페이스가 기대를 거는 부분은 한빛 계열 발사체의 상업발사다. 하지만 발사체 산업은 기술적 난도가 높아 개발 일정 차질이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해외 민간 기업들도 준궤도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본궤도 발사에서는 실패하거나, 첫 성공 이후 반복 발사에서 잇달아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
발사 실패 시 상당한 손실 우려도 제기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소형 발사체 한빛-나노 기준 재발사에는 약 25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소요되며, 신규 발사체 제작·준비에는 최소 2개월이 소요된다. 발사 일정이 지연될 경우 신규 수주와 매출 인식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노스페이스가 상장 당시 제시한 3개년 추정 실적과 실제 성과의 차이는 점점 커지고 있다. 상장 당시 이노스페이스는 2024년 영업손실 -173억원, 2025년 영업이익 18억원을 예상하며 흑자 전환을 전망했고, 매출도 2024년 20억원에서 2025년 478억원으로 2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기순이익은 -171억원에서 20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적자가 확대되고 매출은 1억원대에 그치면서, 상장 당시 추정 실적 대비 실제 실적의 괴리율은 90%를 넘어선 상황이다.
올해도 발사 서비스 매출 발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험평가·연구개발 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실적 추정치와의 괴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신고서 상에는 "2025년에도 발사서비스 매출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발사서비스 외 부문에서 일부 매출이 예상되지만 성능시험·평가용역 부문은 목표치 달성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노스페이스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발사 일정 지연 → 매출 인식 지연 → 자금 소진 확대 → 추가 증자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다. 사업 정상화가 늦어질 경우 증자 반복으로 투자자 신뢰 저하와 주주 희석이 불가피해지고, 자본시장 신뢰도에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신고서에서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양(+)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성공적 수주와 매출 발생, 2025년 상업발사 성공, 2026년 본격적인 발사 서비스 매출 창출을 통해 흑자전환을 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노스페이스 관계자는 "당초 올해 3월로 예정했던 첫 상업발사가 7월로 한 차례 연기됐고, 현재는 올해 하반기 발사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단 인증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발사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더 나아가 11월 첫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곧바로 12월에도 추가 발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첫 상업발사에 성공하면 발사체 검증이 완료돼 수요 확대와 매출 창출이 가능하다”며 “브라질, 호주 등 해외 발사장을 선제적으로 확보했고, 발사체 양산 체계도 구축해 내년 수요 증가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 또한 방산 분야 MOU 체결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증자에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참여도 제한적이다.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현재 최대주주 김수종 지분율은 약 18.07%이고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자 지분 총 합계는 18.13%이다. 이노스페이스의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 배정분에 대해 6.6% 수준의 청약만 계획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증자 이후 지분율은 약 5%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주주의 책임경영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이 뒤따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