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의 프로젝트 무한, 애플의 비전프로...비싸고 쓸데없는 AR 글래스, 누가 사냐구요?

브라운관에서 초고해상도·초대형 TV까지 스크린 진화 고정된 TV에서 이동형 스크린으로 바뀌는 소비 습관 작고 가볍지만 큰 화면을 향한 도전...AR 글래스로

2025-08-20     우연주 기자
[사진=Unsplash]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애플이 지난 2024년 2월 비전프로를 공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이 비싸고 쓰잘데기 없는 걸 누가 사냐" 였습니다. 하지만 메타(오라이온)와 삼성전자(프로젝트 무한)도 AR 글래스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 비싸고 쓰잘데기 없는 것"은 대체 누가 사는 걸까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100년 전, 스크린 시장은 뚱뚱하고 흐릿한 브라운관에서 출발했습니다. 컬러도 없고, 거의 검정·회색 덩어리가 있었다 없어지는 수준의 조악한 화질이었지만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이제는 스크린에 코를 갖다박아도 화소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고 정밀한 고해상도 스크린 시대가 됐죠.

하지만 이 커다란 고해상도 스크린들의 문제는 비싼 것은 물론 무겁고,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는 겁니다. 무겁고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는 말은 이동성이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거실에 두고 쓰면 되지, TV를 움직일 일이 뭐가 있어?' 라고 반문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스마트폰·태블릿 PC에 익숙한 젊은층은 '고정된 스크린'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능동적 유저들이라 그렇습니다. 리모컨을 꾹꾹 눌러가며 999개의 채널 중 원하는 걸 찾는 일도, TV가 있는 자리에서만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는 것도, 능동적 유저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수요 변화에 제조사들은 이미 반응하고 있습니다. LG전자의 이동형 TV인 스탠바이미와 삼성전자의 무빙스탠드가 그 예인데요. 이를 따라한 중소기업 제품들이 나오면서 '중소바이미'라는 별명도 붙을 정도로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폼팩터입니다.

이동형 스크린은 그래도 여전히 스마트폰에 비해 무겁고 배터리 한계로 화질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조만간 출시할 것으로 기대되는 '트라이폴드' 스마트폰에 관심이 쏠리는 맥락이기도 한데요. '작고 가볍지만 커다란 스크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더 작고, 더 가볍지만 더 커다란 스크린이 있다면 어떨까요?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을텐데요.

애플의 비전프로와 삼성전자의 프로젝트 무한이 지향하는 바가 바로 이겁니다. 안경처럼(지금은 얀경치고는 꽤 크지만서도) 코에 걸기만 하면 눈 앞에 초대형 화면이 펼쳐지는 것.

보통 100인치 TV의 무게가 80kg 전후라고 합니다. 무게는 안경 정도지만 펼쳐지는 화면은 100인치라면, 이보다 효용 높은 스크린은 없겠죠.

AR 글래스는 그 이동성으로 인해 무한한 활용도를 가집니다. 하와이에서도 AR 글래스와 가상 키보드로 일을 하고, 두 명의 룸메이트와 싸우면서 쓰는 작은 방도 AR 글래스만 있으면 나만의 영화관이 될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과 길을 번갈아 볼 필요 없이, AR 글래스가 직관적으로 경로를 안내해주기도 하고요.

플랫폼은 사용자 수가 충분히 많아질 때까지는 한계를 가집니다. 비용도 많이 들고, 수익성도 제한적인 것 같아 보이죠.

하지만 일정 수의 사용자가 생기기만 하면, 플랫폼 사업을 날개 돋은 듯 확장성을 가집니다. 애플의 비전프로와 삼성전자의 프로젝트 무한은 이 여정의 초입에 있는 모습입니다.

누가 비전프로, 프로젝트 무한을 사냐고요? 그 질문의 답은 '머지 않은 미래의 우리'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