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은행 뭉치는 사이...농협은행, 스테이블코인 ‘홀로 또 같이’

4대은행은 서클과 공조, 농협은 ‘독자+연합’ 이중 트랙 규제 타임라인·현장 보급 속도가 승부처…유통망·상호운용성 선점 경쟁

2025-08-19     박금재 기자
[사진=NH농협은행]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도입을 위한 공동 행보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농협은행은 자체 유통망을 활용한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연합’의 이중 트랙을 모색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은행은 이달 내 방한 예정인 USDC 발행사 서클의 히스 타버트 사장과 잇달아 면담을 검토하며 제휴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공동 보조로 시장 룰 형성에 참여하겠다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정책 환경 역시 변곡점에 서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가상자산법 2단계’ 검토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데 이어, 7월에는 “스테이블코인 규율 관련 사항은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식 설명했다. 제도화 방향성이 제시되었으나 구체 조항은 논의 진행형인 만큼, 은행권의 ‘선(先)검토·후(後)실행’ 기조가 불가피하다는 해석이다.

디지털 통화 인프라 측면에서도 동향이 바뀌었다. 한국은행이 도매형 CBDC·예금토큰 프로젝트(일명 ‘한강 프로젝트’)의 추가 전개를 보류한 가운데, 은행권은 상용화를 염두에 둔 스테이블코인 실무 검토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규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구간에서 민간 주도의 지급결제 인프라 대안으로 스테이블코인이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농협은행의 차별점은 ‘현장 결제’ 실증 역량이다. 농협은 지난해 한국은행 실험에서 예금토큰 전자지갑-하나로마트 POS 연동-환불 처리까지 연결한 실거래 테스트를 추진해 소매 결제 동선에 대한 경험치를 축적했다. 이 경험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될 경우에도 매장 단말기·정산·고객 앱 UX까지 ‘엔드투엔드’로 설계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동시에 농협은행은 ‘연합’ 카드도 쥐고 있다. 4월에는 신한·케이뱅크와 함께 일본 주도의 블록체인 기반 대외결제 실험에 참여해 국경 간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 응용을 탐색했다. 대외 결제 네트워크와의 연계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국내 리테일 유통망과 국제 결제 실험을 병행하는 ‘내수+대외’ 이원화를 이어갈 여지가 있다. 

국내에서도 은행 공동 스테이블코인 구상이 잇따라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결제 인프라 운영기관과 합작 법인 형태의 ‘공동 원화 스테이블코인’ 모델을 타진해 왔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다만 공식화된 구조는 아니어서, 향후 법·회계·준비자산 요건이 확정되는 속도에 따라 은행별 ‘단독 발행-공동 발행-해외 스테이블코인 제휴’ 간 최적 조합을 선택하는 구도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규제의 파장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에서 이른바 ‘GENIUS Act’ 등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급진전하며 준비자산·감독체계의 골격이 마련되고 있다. 한국 은행권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사업자와의 협력을 병행 검토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향후 제정될 스테이블코인 규율에 맞춰 원화·외화 기반 모델의 위험관리, 회계 처리, 자금세탁방지 연계를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다. 

리스크 요인도 명확하다. 첫번째로 규제 미확정에 따른 설계 변경 리스크가 거론된다. 더불어 준비자산 운용·공시 체계의 투명성 역시 중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마지막으론, 크로스보더 전송 시 외환·제재 컴플라이언스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제적 명분과 정책적 실익을 두고는 신중론도 존재해, 은행권은 특정 가맹망 내 폐쇄형 결제, 거래소·증권형 토큰 결제 연결, 국경 간 소액결제로 단계적 확장을 설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농협은행의 ‘홀로 또 같이’ 전략은 실무적 강점이 있다. 하나로마트 등 자체 오프라인 채널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며 유통-결제-정산의 실제 데이터를 쌓고, 동시에 해외 프로젝트·국내 연합 구상에 참여해 상호운용성 표준을 선점하는 그림이다. 4대은행이 서클과 논의하는 동안, 농협은 ‘독자 실행력’과 ‘연합 네트워크’ 두 축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지가 넓다. 

결국 승부는 ‘규제 타임라인’과 ‘현장 보급’에서 갈린다. 법·감독 틀이 윤곽을 드러내는 순간, 누가 더 빠르게 가맹망-단말기-고객지갑을 묶어 실사용을 만들고, 국경 간 호환까지 열어주느냐가 관건이다. 4대은행의 공동 보폭과 농협은행의 이중 트랙은 상호 대조적이지만, 제도화 국면에서 함께 시장 표준을 제시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국은행의 CBDC 프로젝트 보류로 공백이 생긴 ‘디지털 지급결제의 다음 단계’는, 은행권 스테이블코인이 채워 넣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