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현대차 자율주행 전략, "내부에서도 헷갈려 해"... 속사정은? 

현대차 자율주행·소프트웨어 개발, 리더십 부재로 방황 중 포티투닷이 주도권 잡았지만 그룹 역량 어떻게 결집할 것인가 '숙제'

2025-08-17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뿐 아니라 전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과도기를 겪으며 내부 역량을 결집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내부개발 △포티투닷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네 가지 굵직한 축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복수 계열사 간의 중복 개발과 투자 방향 변경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간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개발은 현대차 내부의 개발 조직과 현대 오토에버가 주도해왔다.

자율주행의 하위 개념인 고속도로 주행보조(HDA)는 현대차 내부에서 개발해 2018년 처음으로 제네시스 G90에 탑재되며 상용화 됐다. HDA는 이후 점차 고도화되며 2단계, 3단계의 자율주행에 다다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3단계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상위 버전인 HDP((Highway Driving Pilot)가 법적인 문제로 개발이 중단된 후, 현대차 내부에서 개발하는 자율주행은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2010년 중반부터 AVNT 기반 초기형 디지털 콕핏을 선보였다. 이후 2023년부터 CCNC라는 차세대 디지털콕핏을 선보이며 현대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정착돼가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CCNC는 그랜저, 산타페, 아이오닉 시리즈 등 굵직한 현대차 볼륨모델에 탑재돼 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내부에 포티투닷이라는 게임체인저가 등장하며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가장 힘을 줬던 기아 PV5에 CCNC가 아닌 포티투닷의 플레오스가 탑재되며, 포티투닷이 그룹 내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선봉에 섰음이 공식화됐다. 내년 출시되는 신형 산타페와 아반떼에도 플레오스가 탑재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CCNC가 탑재된 차량을 이용하던 기존 차주들에게서 "OTA 등 소프트웨어 관리에 소홀해지는 것이 아니냐", "갑자기 플레오스가 등장하면서 내 차가 굉장히 구형이 된 느낌이다"와 같은 볼멘 소리가 나온다.

이로 인해 그룹 안에서 오토에버의 전략적 위치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오며, 증권가에서는 오토에버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로 포티투닷이 그룹 내에서 전체적인 방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그룹의 자율주행 개발 방향은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현대오토에버와 현대모비스가 보조하는 방식으로 재정비됐다. 

이에 그룹차원의 자금 수혈도 이어지고 있다. 포티투닷은 지난 11일에 5003억 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번 3차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현대차그룹의 누적 출자액은 총 2조 402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아직까지 포티투닷이 이렇다할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포티투닷은 2022년 561억 원, 2023년 905억 원, 2024년 1761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포티투닷은 그간 자율주행형 교통 서비스에 주력하며 자율주행차 호출 서비스 'TAP!'을 선보였지만, 주행보조 수준의 성능으로 서비스를 종료했고, 현재는 라이다 방식에서 'End to End' 방식으로 그룹의 자율주행 개발 방향을 선회했다.

현대차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티투닷이 그룹 안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의 전초지기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아직 명확한 리더십이 없고 분산돼 있는 개발 역량으로 어떻게 시너지를 낼 지에 대한 방향성이 부족하다"며 "직원들의 경우 주도권의 흐름이 바뀐 것에 대해 불만을 품기도 하고, 핵심 개발 인원 외에는 방향성을 명확히 아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 "계란은 한 부대에 안 담는다"... 현대차 정석대로 가고 있다는 의견도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다소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기술 개발에 있어 이러한 방식이 정석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내 자율주행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현대차가 하는 방식이 일종의 '낭비'로 보일 수 있다. 한 쪽에 리소스를 몰아줘도 개발에 성공할까 말까인데 왜 주체를 분산시켜서 기술도 누적시키지 못하고 소비자에게도 혼란을 주냐는 거다"며 "하지만 그 어떤 기업도 이렇게 기업의 생사가 걸린 중요한 기술 개발을 한 곳에만 맡겨두지 않는다.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포티투닷이 들어오기 전에도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에 자율주행 선행 개발 조직은 다 있었다. 그런데 조직 특성상 TF팀을 만들어 개발을 한다고 해도 결국의 모비스식, 오토에버식 사고에서 벗어난 개발을 하기가 힘들다"며 "포티투닷은 지분만 갖고 있는 외부 회사 형식으로 운영해 창의성과 독립성을 부여한 거고, 동시에 어느 한 곳이 R&D에 실패해도 개발이 완전히 초기화될 염려는 없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생리 상 분산투자를 하며 독자적인 개발을 독려한 것은 필연적 선택이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세계 자율주행 기술이 무르익어가는 시기에, 분산된 역량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가 현대차그룹에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결국 리더십의 문제로, 현대차그룹이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