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대출 연체율 고공행진…기업은행, 리스크 관리 ‘시험대’

기업은행, 시장점유율 24%대 속 대출 확대 기조 유지 건전성·수익성 균형이 관건…다층적 리스크 관리 전략 요구

2025-08-14     박금재 기자
[사진=기업은행]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은행권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2025년 5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95%로 전월보다 0.1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6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경기 둔화와 고금리가 맞물려 상환 부담이 커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역시 연체율 상승세를 피하지 못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4대 은행의 평균 중기 대출 연체율은 0.50%로 전년 동기 0.39% 대비 0.11%포인트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내수 부진과 대외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중소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6월 말 기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93%로, 전년 동기(0.78%)보다 상승하며 2011년 이후 약 14년 만의 최고치에 근접했다.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건전성 관리 부담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의 중기 대출 공급은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6월 말 중기 대출 시장점유율은 24%대에 올라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보수적인 여신 전략을 취하는 가운데 자금 수요가 기업은행으로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기업은행은 하반기에도 공격적인 대출 확대 계획을 내놨다. 연초 설정한 연간 공급 목표 12조 원에서 4조 원을 추가로 늘려 총 16조 원을 공급할 방침이다. 이는 경기 침체 속에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완화하고,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다만 빠른 대출 확대는 필연적으로 리스크를 동반한다. 경기 민감 업종이나 취약 차주에 대한 대출이 늘어나면 경기 하강 국면에서 부실 위험이 집중될 수 있다. 금융당국 역시 관세, 환율 변동,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 요인을 감안할 때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거듭 제기하고 있다.

이에 기업은행은 업종별 리스크 분석, 담보 가치 재평가, 부실 징후기업 사전 모니터링 등 건전성 관리 강화를 병행하고 있다. 위험가중자산(RWA) 비율 관리와 내부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대출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가 일부 숨통을 틔워줄 수 있으나, 내수 경기 부진과 수출 불확실성으로 연체율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이라도 중소기업의 현금흐름 악화가 장기화되면 건전성 훼손을 피하기 어렵다”며 “수익성보다 리스크 관리를 우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은행이 직면한 과제는 양적 성장과 질적 건전성의 균형이다. 무차별적인 대출 확대는 단기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향후 부실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심사 강화,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 확대, 산업별 맞춤형 금융지원 등 다층적인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중기 대출 연체율이 고공행진하는 현 시점에서 기업은행의 행보는 단순한 과제가 아닌 생존 전략의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경기 하락 국면 속에서 리스크를 흡수하고, 동시에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어떻게 수행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